[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재석 군은 친구 호동 군과 프로야구에 관한 대화를 나눈다.
재석: 와우 이번 시즌 프로야구는 진짜 재미있을 것 같아. 벌써부터 흥미진진해. 특히 ‘엘롯기’의 동반상승이 예사롭지 않아. 두산 선발진 ‘판타스틱4’에 대항할 LG ‘어메이징4’의 성적도 궁금해. ‘나테이박’에서 테임즈가 사라진 NC의 행보도 관심이 가. ‘화요 베어스’는 올해도 이어질까.
호동: 난 팀보다 선수들 활약이 기대돼. ‘니느님’의 위력은 여전하겠지? ‘켈크라이’는 올해 얼마나 웃을 수 있을까…요즘보니 이형종은 정말 ‘야잘잘’이라는 말이 딱 맞더라.
↑ (왼쪽부터 김기태 KIA 감독-양상문 LG 감독-조원우 롯데 감독) 프로야구 대표 인기구단 LG-롯데-KIA가 올 시즌 초반 동반상승 모드로 많은 팬들의 기대감을 안기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다양하고 풍성한 프로야구 수식어와 약칭들
위에 대화를 살펴본다면 프로야구에 관심 많은 팬들은 단번에 무슨 내용인지 간파가 가능하다. 그러나 반대로 초심자 혹은 열혈 팬이 아닌 경우에는 순간 고개가 갸우뚱해지며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판타스틱4가 뭐지, 켈크라이는 외국인선수 이름인가” 등 “그게 뭐야?”라고 되묻지 않을 수가 없다.
이처럼 국내를 대표하는 프로스포츠로 자리매김한 KBO리그 프로야구는 이제 수많은 약칭과 애칭, 수식어, 별명 등이 쉽게 떠올려질 정도로 풍성하고 다양해졌다. 구단을 한데 묶는 약칭, 구단을 상징하는 수식어 등이 있는가하면 선수들 간 묶음, 개별선수의 특징이 드러나는 별명 등 형태도 제각기다. 긍정적 수식어가 있지만 반대로 구단, 선수들이 좋아하지 않는 부정적 수식어도 여럿 존재한다. 기사나 방송에서는 언급하기 어려운 입에 담기 민망한 내용들도 많다.
▲뜨는 엘롯기 동맹…구단들도 애칭은 필수
구단을 상징하는 대표적 약칭은 최근 다시 조명 받고 있는 ‘엘롯기 동맹’이다. 이는 LG-롯데-KIA를 한데 묶어서 표현하는 의미로서 앞에 한 글자씩을 붙였다. 대도시인 서울, 부산, 광주를 연고하는 이들 세 팀은 프로야구 대표 인기구단이자 빅마켓 구단으로 꼽힌다.
다만 성적까지 담보하기는 어려운 일. 2000년대 초반 이들 세 팀이 번갈아 리그 꼴찌를 도맡아하며 ‘엘롯기 동맹’이라는 말은 하나의 고유명사처럼 자리 잡았다. 세 팀은 동시에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아본 적도 없다. 그래서 흥행에 있어서 가장 기대되는 효과로도 꼽히는데 “엘롯기가 동시에 포스트시즌에 올라가면 가을야구는 불타오를꺼야”라는 예측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기본가정 중 하나다. 비시즌 동안 알차게 전력보강은 마친 세 팀은 일단 올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키며 상위권에 랭크(KIA 1위, 롯데 2위, LG 4위) 중이다.
‘엘롯기’가 순항하는 올 시즌 초반 반대로 SK-넥센-삼성이 극도로 부진한 성적을 거두며 소위 ‘SNS 동맹’을 잠깐 만드는 듯 했다. 이들 세 팀 모두 올 시즌 새 사령탑(SK 힐만, 넥센 장정석, 삼성 김한수)이 부임했다는 공통점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빠르게 팀을 재정비하고 중위권을 뛰어오른 SK와 넥센 때문에 동맹은 금세 깨지고 말았다.
그 밖에 구단간 라이벌 구도도 주로 별칭으로 언급되는데 LG와 롯데의 ‘엘롯라시코’, LG와 넥센의 ‘엘넥라시코’, LG와 두산의 ‘한 지붕 시리즈’, SK와 kt의 ‘U매치’, 롯데와 NC의 ‘낙동강 더비’ 등이 팬들에게 친숙한 이름으로 불려진다.
↑ 두산의 최강 선발진을 표현하는 판타스틱4는 최근 야구계에서 가장 많이 불려진 수식어 중 하나다. 사진=MK스포츠 DB |
▲선수들 조합이 만든 기막힌 작명
선수 혹은 선수들 조합을 만드는 약칭, 별칭도 많이 늘어나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판타스틱4’다. 두산 소속 선발투수 네 명을 한 데 묶는 표현. 네 명의 영웅이 세상을 지키는 동명의 만화를 빗댄 표현으로 한 팀에 네 명의 스타플레이어가 주름 잡고 있는 경우 쓰인다. 두산에 앞서 해외축구 등에서 자주 언급됐다. 최근엔 올 시즌 프로농구 정규리그 우승 팀 안양 KGC인삼공사도 거론된다. 두산은 지난 시즌 더스틴 니퍼트-마이클 보우덴-장원준-유희관으로 구성된 네 명의 선발진이 KBO리그 최초로 모두 15승 이상을 기록했으며 포스트시즌서도 위력을 발휘해 이 표현의 딱 맞는 경우로 떠올랐다. 올 시즌도 유효 될지 여부가 관심사.
이번 시즌은 ‘판타스틱4’에 맞서는 LG ‘어메이징4’도 떴다. 지난 시즌 리빌딩과 외인 영입작업을 통해 데이비드 허프-헨리 소사-류제국으로 구성된 검증된 선발진을 구성한 LG가 FA를 통해 특급좌완 차우찬을 영입하며 일명 ‘어메이징4’라는 수식어를 완성했다. 비교하기에는 아직 섣부르다는 의견이 적지 않지만 이름값만큼은 밀리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
▲특징 반영된 선수들 별명
선수들 개개인의 특징을 살려낸 별명들도 많다. 주로 특징과 역할 등이 강조된 경우가 다수다. 구속은 느리지만 안정적 제구력이 장기인 유희관(두산)은 ‘느림의 미학’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고 빠른 발이 주특기인 이대형(kt)은 ‘슈퍼소닉’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하다.
뛰어난 구위와 제구로 에이스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지만 유독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승운이 부족한 켈리(SK)는 켈리와 크라이를 합친 ‘켈크라이’라는 신종 별명이 생겼으며 현역시절 전설이었던 바람의 아들 이종범 해설위원의 아들이자 최근 신인답지 않게 연일 맹타를 날리고 있는 이정후(넥센)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일찌감치 ‘바람의 손자’라는 닉네임을 따냈다. 인공지능 알파고처럼 잘 맞아떨어지는 작전과 선수기용을 펼친다며 양상문 LG 감독은 ‘양파고’라는 별명을 얻었으며 커피애호가인 김진욱 kt 감독은 ‘커피 감독’으로 불리기도 한다.
↑ 바람의 아들로서 프로야구 전설 중 한 명인 이종범 해설위원의 아들 이정후(사진) 넥센 외야수가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벌써부터 바람의 손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사진=김재현 기자 |
이 외에도 수많은 수식어와 약칭, 애칭, 별명 등이 프로야구 판을 수놓고 있다. 때로는 리그발전에 도움이 되는 윤활유 역할을 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무분별한 외래어 남발, 본질 훼손 같은 부정적 효과를 낳기도 한다.
특히 선수들에게 부담감을 가중시키기도 하는데 어메이징4의 한 명으로 불리는 LG 주장 류제국은 “어메이징4라고 불리는데 솔직히 선발투수로서 부담감이 있다. 두산 판타스틱4는 작년에 보여준 게 있는데 우리는 아직 보여준 것이 없다”며 과도한 기대감이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속내를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별칭 들은 1982년 프로야구 시작 이래 항상 팬들과 함께 했다. 큰 시각으로 봤을 때 프로야구의 외연 확대 및 대중성 확보, 어린이 팬 유치, 팬 문화 확립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의견이 상당수. 심리학에 능통한 전문가들 역시 “스포츠 선수들의 경우 스타성 구축과 집중력 향상 등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이제는 프로야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된 다양한 수식어들. 구단도, 선수도 관심을 먹고 사는 소위 유명인이다. 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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