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선수라면 이런 상황에 영웅이 되고 싶다.” (롯데 자이언츠 오윤석)
“야구를 하면서, 프로에 데뷔하고 나서 정말 꿈꿔왔던 장면이 실현됐다.”(롯데 허일)
새로운 거인들의 활약에 롯데 자이언츠가 다시 한번 짜릿한 끝내기 재역전극을 펼쳤다. 오윤석(27), 허일(27) 등 젊은 거인들이 주연으로 나서 일군 승리였기에 더욱 의미가 있었다.
롯데는 2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9 KBO리그 정규시즌 kt위즈와의 팀 간 2차전에서 연장 10회 혈투 끝에 5-4로 승리했다.
↑ 다시 한번 짜릿한 롯데 드라마를 합작한 주연인 오윤석(왼쪽)과 허일(오른쪽).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
이날 경기도 치열했다. 2-1로 앞선 9회 마무리 손승락이 3실점 하며 2-4로 역전을 허용했다. 그러나 9회말 1사 1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오윤석이 kt 마무리투수 김재윤에게 좌월 투런홈런을 터트리며 4-4 동점을 만들었다. 2014년 연세대를 졸업하고 신고선수로 입단한 오윤석은 2015시즌 목동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홈런을 때린 이후 4년 만에 기록한 홈런이었다. 사직에서는 첫 홈런이라 의미가 더했다.
그리고 10회말 1사 만루에서 대타로 나선 허일은 kt 손동현을 상대로 깨끗한 중전안타를 뽑아내며 경기를 끝냈다. 자신의 첫 끝내기 안타였다. 허일은 2011년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1순위로 롯데에 지명된 선수다. 지난 7일 사직 한화 이글스전에서 데뷔 첫 홈런을 뽑아낸 데 이어 또 다시 짜릿한 손맛을 느꼈다.
오윤석이나 허일 모두 오랜 기간 2군에 머물러왔던 선수들이다. 둘 다 지난 시즌부터 간간히 기회를 받기 시작해 이제 1군 백업으로 자리잡았고, 인상 깊은 장면까지 연출하고 있다. 경기 후 만난 오윤석은 “야구선수로는 이런 상황에 영웅이 되고 싶은 심리가 있다. 경험이 많지 않지만 오늘만큼은 타석에만 집중하자고 했는데 운이 좋았다. 테크닉적으로 나온 건 아니다”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2루수가 주포지션인 오윤석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1루로 많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대호의 미트를 사용하고 있다. 오윤석은 “1루 미트가 없어서 (정)훈이 형 것을 빌려 쓰기도 했는데, (이대호) 선배님이 그냥 끼라고 해서 쓰고 있다”며 수줍게 웃었다. 그는 “하루하루가 1군 캠프 때부터 (1군에서)떨어지지 않고 하는 게 행복하다. 여기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어느 포지션이던 상관없이 내 할 몫을 다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허일도 오랜 기간 빛을 못봤다. 내야수로 데뷔했지만, 2017년 외야수로 전향했다. 허일은 “내가 끝내고 싶었다. 정말 꿈꿔왔던 장면이다”라며 끝내기의 짜릿함을 전했다.
롯데는 최고참 이대호(37) 채태인(37) 등 전준우(33), 주장 손아섭(31), 신본기(30) 등 주축 선수들이 30대가 많다. 상대적으로 젊고, 오랜 기간 빛을 보지 못한 선수들의 등장은 반가운 일이다. 연일 치열한 경기를 펼치는 롯데가 끝내기 승리 퍼레이드를 할 수 있는 것도 새얼굴들의 등장 때문이다. 분위기를 끌어올린 롯데가 젊은 거인의 등장에 웃고 있다.
매경닷컴 MK스포츠(부산) 안준철 기자 jcan123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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