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 이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드라마틱한 정치인생을 걸었다. 작년 7월 데이비드 캐머런의 후임 총리를 정하는 집권 보수당 대표 경선 1차 투표에서 당시 메이 내무장관은 압도적인 표차로 1위를 차지하며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총리 취임 후 입장을 돌변해 하드 브렉시트(EU와의 완전한 결별)를 추진한 메이 총리는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얻기 위해 조기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결국 '자충수'를 두는 셈이 됐다. 노동당 등 야권은 메이 사퇴를 요구했지만 그는 '마이웨이'로 총리직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선거 결과의 윤곽이 어느 정도 나오자 제레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이 나라의 국민을 진정으로 대변할 수 있는 정부를 위해 길을 열어줄 때"라며 메이의 총리직 사퇴를 요구했다. 일각에선 코빈 노동당 당수가 군소정당과의 연립정권을 이뤄 총리로 나설 것이란 시나리오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메이 총리는 자신의 지역구인 메이든헤드 선거구에서 국회의원으로 재선된 연설에서 "영국을 위해 브렉시트를 제대로 완수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며 "이 문제를 이전처럼 해결해 나갈 것이며 국가는 안정된 시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해 당분간 총리직 고수를 시사했다.
메이는 2010년 내무장관에 기용된 이래 내부장관직 최장수 기록을 쓰는 등 풍부한 국정 운영 경험과 일에 대한 원칙주의 등이 높은 평가를 받으며 브렉시트 불안을 잠재울 적임자로 꼽혔었다. 영국 내각에서 내무장관은 재무·외무 장관과 더불어 매우 중요한 자리로 분류된다. 하이힐과 롱부츠, 빨간 매니큐어와 방울이 큰 목걸이 등 과감한 패션도 화제를 모았다. 메이는 1차 투표 직후 결선 투표 경쟁자였던 앤드리아 레드섬 에너지차관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이후 26년 만에 두번째 여성 총리로 데뷔하게 됐다.
메이는 옥스퍼드대에서 지리학을 전공한 뒤 영란은행(BOE)에서 일했다. 금융 컨설턴트를 거쳐 런던 지방의회 의원을 지냈고, 1997년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메이 당선 직후 한 의원이 방송 녹음용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른 채 메이를 두고 "빌어먹을 어려운 여성"이라 말한 적 있는데, 메이는 브렉시트 협상에서 EU 지도자들에게 "빌어먹을 어려운" 이가 되겠다며 쿨하게 넘긴 일화는 유명하다.
메이 총리는 애초 EU 잔류파였다. 이민에 반대하는 이들로부터 내무장관으로서 '이민 통제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메이 총리는 취임 후 입장을 돌변해 하드 브렉시트를 주장했다. 당내 지분이 없는 메이로서는 강경 태세를 유지하며, 유럽 지도자들과 대립각을 세우는 전략을 택했다. EU의 모태가 된 로마조약 60주년 기념일(3월25) 직전에 브렉시트 협상 개시를 통보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급기야 메이 총리는 하드 브렉시트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얻기 위해 조기총선이라는 회심의 카드를 던졌다.
하지만 조기총선 카드는 결국 패착으로 귀결됐다. 메이 총리는 지난 4월 말 "하드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노동당을 믿을 수 없다"고 비판하며 조기총선을 '깜짝 발표'했다. 당내 기반이 적은 메이 총리가 장기집권을 위해 브렉시트 명분을 내세워 조기총선을 선언했지만 속내는 영국 내 헤게모니 싸움에서 승리하려 한다는 분석이 많았다. 노동당의 반대, 스코틀랜드 독립 움직임을 일거에 조기총선으로 일소하겠다는 게 메이의 복안이었다.
그러나 메이 총리는 노인층 복지공약 축소로 불거진 '치매세'로 1차 타격을 받았다. 여기에 맨체스터·런던 테러로 안보 수장으로서의 이미지에 타격을 받았다. 급기야 지난달 31일 TV토론에 메이 총리가 불참한 것에 대해 "비겁하다"는 야당의 공격이 민심을 파고들었다. 조기총선 발표 초기만하더라도 650석인 하원 정원에서 과반에서 70석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은 참담한 결과를 낳게 됐다. 과반인 326석에서 5석을 점유한 보수당이 메이 총리의 조기총선 '오버'로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금융인 출신으로 당내 기반이 취약한 메이 총리는 퇴진 압력이 클 전망이다. 보수당과 노동당 간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되기 때문에 영국 정치지형은 '시계 제로' 상황에 빠졌다.
영국에서 총리가 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하원 과반의석을 차지하는 것이다. 과반수 마지노선은 326석이다. 이 의석은 정부가 다른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조건이다.하지만 현 상황을 보면 어떠한 정당도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는 '헝 의회' 상황을 목전에 두고 있더. 헝 의회는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정당이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정치적 상황으로 독자적으로 법률 통과가 쉽지 않다. 영국은 지난 2010년 총선때도 헝 의회가 발생했다
일단 누군가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려고 시도하지 않거나, 메이 총리가 스스로 사퇴하지 않는 한 메이 총리는 당분간 다우닝가에 살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연립정부 구성 방식이나 차기 총리 자리를 놓고 한동안 뜨거운 논란이 일 전망이다
또한 보수당이든, 노동당이든 한 정당의 지도자가 독자적으로 소수정부 구성을
[장원주 기자 /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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