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정부가 '복면금지법'을 시행해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할 것으로 전해지자 일선 경찰이나 전문가들조차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홍콩 언론이 오늘(4일) 보도했습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은 이날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이 실질적인 내각인 행정회의를 소집해 복면금지법 시행을 결의, 공포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복면금지법은 비상 상황 발생 시 행정장관에게 시위 금지 등 비상대권을 부여하는 '긴급정황규례조례'(긴급법)를 발동해 시행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진압에 투입돼 왔다는 한 경찰은 SCMP에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 금지는 불필요한 갈등만 불러올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경찰에 체포된 시위대만 마스크를 벗어야 했지만, 이제는 마스크를 쓴 시위대는 모두 경찰을 자극하는 것으로 여겨질 것이고 이는 분명히 더 큰 갈등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경찰은 "만약 시위자가 의사의 진단서를 보여주면서 감기 때문에 마스크를 썼다고 주장한다면 우리는 그 주장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법률 전문가들은 복면금지법 시행이 소송 등 법률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홍콩대학 사이먼 영 교수는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면 경찰이 쏘는 최루탄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이는 홍콩 기본법 28조와 인권법 5조가 보장하는 자유와 안전을 누릴 권리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같은 대학의 요하네스 찬 교수는 "복면금지법이 효과를 거둘지 의문이 든다"며 "이 법은 시위대가 폭력적인 행위를 저지를 것이라는 가정을 하고 있다는 점 등에서 논쟁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16살 학생인 한 시위 참여자는 복면금지법이 시행되더라도 시위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이중 잣대'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는 "경찰은 식별번호를 가리고 마스크까지 쓴 채 시위 진압에 나서는데 왜 우리만 마스크를 벗어야 하느냐"며 "경찰이 법을 지키지 않는데 우리만 지킬 수는 없으며, 우리는 마스크를 계속 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송환법 반대 시위대의 대변인을 자처하는 단체인 민간기자회는 "긴급법이 발동되면 이는 '엔드게임'(endgame)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홍콩 정부는 긴장 상황을 조장해 법률체계를 무너뜨리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홍콩 야당인 공민당 소속 데니스 궉 의원은 "긴급법은 홍콩 기본법과 국제인권규약이 없던 1922년에 제정된 것"이라며 "홍콩 정부는 1999년 유엔인권위원회에 긴급법 발동 시 입법회 심의를 거칠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긴급법을 발동하려면 입법회 심의를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사법 저항에
전날 저녁 타이쿠, 사틴, 위안랑, 쿤통, 정관오 등 홍콩 시내 11개 지역에서는 복면금지법 시행과 경찰의 고등학생 총격을 비판하는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타이쿠 지역에서는 경찰을 강력하게 비난하는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이 벌어져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시위 해산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