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을 여는 펀드업계 화두 중 하나는 '가치주 펀드 열풍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다.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히고 개별 종목 장세가 지속되면서 지난해부터 가치주 펀드의 독주는 지속돼왔다. 그러나 경기 회복이 가시화하는 내년에는 성장주 펀드 쪽으로 흐름이 넘어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가운데 올 한 해 투자자금을 꾸준히 끌어모았던 가치주 펀드들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24일 펀드업계에 따르면 신영자산운용,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KB운용 등 가치투자 명가로 정평이 난 운용사들이 최근 내수소비재주, 중소형주 비중을 낮추고 건설, 은행, 조선 등 경기민감주를 펀드에 담고 있다.
2011년 중반까지 지속된 차ㆍ화ㆍ정(자동차ㆍ화학ㆍ정유) '열풍'이 뜨겁던 시절에도 경기민감주를 멀리했던 그들이다.
가치주 펀드들이 경기민감주를 쓸어 모으는 이유로는 내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와 밸류에이션 매력이 꼽힌다.
가치투자의 대가 중 한 명인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전무는 "과거 대표적 성장주로 꼽혔던 소재ㆍ산업재, 조선, 기계 등이 주가 하락으로 인해 지금은 가치주가 됐다"며 "내년 이후 실적이 바닥을 찍고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주가 밸류에이션도 낮아 최근 펀드 내 경기민감주 비중을 높였다"고 말했다. 하반기 경기민감 업종들의 주가가 바닥을 찍고 30~40% 가까이 오르긴 했지만 아직은 고점 대비 반 토막이 나 있는 종목도 많아 투자기회가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필수소비재 제약 통신 유틸리티 등 경기방어주 주가는 2012년 초 대비 20% 가까이 올랐으나 경기민감주 주가는 5% 오르는 데 그쳤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도 2014년 업황이 구조적으로 턴어라운드할 수 있는 종목들을 예의 주시 중이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가치주 펀드가 경기방어주나 중소형주에만 투자한다는 것은 오해"라며 "경기민감주나 대형주 가운데서도 기업 펀더멘털에 비해 저평가된 종목에는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올해 하반기 IT, 자동차, 은행, 조선업종의 대표 종목들을 일부 편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남권 전무는 최근 주가가 급락한 증권주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그는 "외환위기 당시에도 단기 구조조정은 있었지만 요즘처럼 연중 다운사이징이 진행된 적은 없었다"며 "증권업 구조조정이 피크를 거치고 나면 주가 반등의 기회가 오게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가치주 펀드들이 모든 경기민감주에 우호적인
[손일선 기자 / 김혜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