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5월 7일(06:01)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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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가 부실 계열사에 대한 지원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기업 신용시장에 계열위험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신용평가 시장에 충격을 준 KT ENS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7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최근 포스코플랜텍의 신용등급 급락에는 모기업인 포스코의 지원 가능성 여부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한신평은 첫 2차례의 평가에서 BBB 등급까지 내리면서 조정 사유로 부진한 실적과 재무 안정성 저하라는 내부 문제를 들었다. 그러나 세 번째 평가부터는 모회사인 포스코의 지원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등급을 내렸고 결국 포스코플랜텍은 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유사시 계열사에 대한 지원 가능성을 평가할 때 모회사의 지원 능력과 지원 의지를 평가한다. 포스코 역시 최근 신용등급이 한 계단 하락했지만 지원 능력은 크게 흔들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지원 의지다. 계열사 지원에 대한 의사결정을 명확히 내릴 수 있는 오너가 없고 영업 환경 등이 변화하면서 지원 의지에 대해 예년 만큼 확신을 가질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정혁진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그룹 차원의 의사결정을 유도할 수 있는 명확한 오너가 없기 때문에 경영진이 그룹 전체의 이익보다는 자체의 이익을 추구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은 포스코그룹 전반으로 번질 우려도 있다. 대부분 포스코그룹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에는 유사시 지원가능성이 반영돼 있어 포스코플랜텍 사태가 더 악화되면 그룹사 전체에 대한 신용등급 재점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KT가 100% 지분을 보유한 KT ENS를 법정관리까지 가도록 내버려두자 국내 신평사들은 지원 가능성에 심각한 훼손이 발생했다며 계열사 신용등급을 일괄적으로 내린 바 있다.
포스코플랜텍은 내년까지 총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남아 있다. 만약 최악의 상황으로 간다면 회사채 투자자들까지 금전적인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다.
내달 자체신용도(독자신용도) 도입을 앞두고 신용등급 하락 추세가 가속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투자자들에게 공시되는 기업 신용등급은 자체신용도에 모회사의 지원가능성을 더해 부여하는 것으로 우량한 모기업이 있다면 지원가능성을 우수하게 평가받은 만큼 최종 신용등급이 높아지는 구조다.
그러나 KT와 포스코 등 대표 우량기업들의 계열사 ‘꼬리 자르기‘ 행태가 반복되면 계열 지원 가능성에 대한 신평사의 평가 기조는 더 보수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향후 독자신용도와 최종 신용등급 사이의 간극을 좁히려는 시도가 계속되면 전반적으로 등급 하락 압력은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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