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번역 실수로 구설에 올랐다.
엘리엇은 26일 오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의견을 알리기 위해 지난 18일 개설한 웹사이트(www.fairdealforsct.com)에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삼성물산 측과 접촉한 일지를 공개했다.
엘리엇은 이번 자료에서 2월 초 삼성물산 측이 "회사 주가의 지속적인 약세로 보았을 때 저희 이사들은 회사 자산과 관련해 합병이나 인수를 일절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은 삼성물산 경영진이 합병에 대한 방침을 번복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하지만 관련 문구는 삼성 측 메시지가 아닌 합병을 반대하는 엘리엇 측 주장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엘리엇 국내 홍보대행사인 뉴스컴 관계자는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넥서스가 한국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했다"고 설명했다. 엘리엇이 당초 넥서스 측에 전달한 영어 원문은 "이러한 상황에서 엘리엇은 귀사 주식 가격이 약세인 점을 고려한다면 이사들이 이러한 주식 가격을 바탕으로 어떠한 합병이나 인수도 추진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는 의견을 통고하는 바이다"였다.
삼성물산 합병에 대해 엘리엇 측에서 염려하는 메시지가 삼성물산 측이 합병 추진을 부인하는 메시지로 둔갑한 것이다. 엘리엇은 실수를 인정하고 이날 오후 10시께 웹사이트에 올린 자료를 수정했다.
이날 밤 번역 수정이 있기 전까지 삼성물산은 엘리엇 측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해명을 하느라 진땀을 뺐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엘리엇에 보낸 서신에 합병과 관련된 언급을 일절 한 적이 없었는데 2월 초 합병을 부인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주장해 황당했다"며 "큰 오해를 살 수 있는 문구를 잘못 번역해 올렸다고 하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엘리엇은 올 2월부터 3월까
삼성 측은 이 같은 서신에는 대응하지 않고 4월 9일 엘리엇 측과 미팅했을 때 "현시점에서 (제일모직과 합병하는 것을)검토한 바 없다"며 처음 합병과 관련된 회사 측 방침을 밝혔다.
[오수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