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부진으로 대형주 중심의 종목형 ELS에서 잇따라 원금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부각되던 지수형까지 위험해지면서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서의 ELS 입지가 흔들리는 모습이다.
23일 H지수는 전일 대비 207.67포인트(-2.00%) 하락한 1만195.05로 마감해 연중 최고치(종가 1만4801)를 기록한 지난 5월 26일 대비 31.1% 떨어졌다. 특히 최근 6거래일 동안에만 900포인트(8%)가 빠지면서 네 자릿수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H지수 급락으로 투자자는 물론 관련 ELS 상품을 쏟아낸 국내 증권사도 좌불안석이다.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H지수(홍콩거래소에 상장된 중국의 30여 개 우량 국유기업으로 구성)가 국내 지수형 ELS 대부분의 기초자산으로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ELS는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기간 정해진 수준(40~50%)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시중금리의 3~4배가량 수익을 제공하지만 가격이 기준 이하로 떨어진 만큼 원금이 줄어든다. 상하이증시(고점 대비 35% 하락) 못지않은 H주의 폭락이 안정적인 성향의 '원금+α'를 목적으로 하는 지수형 ELS 투자자들의 원금을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H지수가 1만4000(종가 기준)을 웃돌던 지난 4~6월에 발행된 ELS 중 상당수가 녹인 진입가를 주가의 90%(9000 이상) 수준으로 설정해 놓은 상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4월 13일부터 6월 4일까지 국내에서 발행된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는 모두 1300여 개로 이 중 180개(설정액 8480억원)의 녹인 진입가격이 9000 이상이다. H지수가 앞으로 10%가량 추가 하락할 경우 8500억원 규모의 ELS에서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다.
상대적으로 녹인 진입가를 높게 잡은 ELS(기준가의 65% 이상)들은 원금 손실이 코앞이다. 94개 ELS는 H지수가 9300 밑으로 빠지면 녹인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되며 이 중 53개(2150억원 규모)는 9400 아래로 하락할 경우 원금이 손실된다. 현대증권(201억원), 하나대투증권(162억원), 대우증권(84억원), 한화증권(42억원) 등 지난 4월 20일 녹인 진입가 9444에 발행돼 H지수가 추가로 5~6%만 내려도 녹인 발생 요건을 충족하는 ELS 규모만 696억원이다. 조기·만기상환 이자율이 높은 대신 녹인 진입가를 높게 잡은 일부 증권사 ELS(기준가의 70~80%)는 이미 녹인된 상황이다.
H지수가 8500 이하로 내려갈 경우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ELS 규모는 1조원을 훌쩍 넘는다. 특히 지수가 최고치였던 5월 26일 하루 동안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ELS 중 녹인 진입가가 8860(기준가 대비 60%)인 상품은 24개, 총 발행액은 1572억원으로 집계됐다.
김경환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정책 변화를 통해 증시가 살아난다고 해도 근본적인 투자심리와 유동성 회복, 실적 장세로 전환될 가능성은 낮다"며 "3분기 중국 증시는 경기와 정책(통화) 불확실성이 크고 자본유출·환율·금리 상승 변수에 노출돼 있다는 점에서 기술적 반등이 제한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커질 때마다 중국 증시의 급락이 발생했다는 점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H주는 2011년에도 6개월(4~10월) 만에 1만3700에서 8102까지 하락한 바 있다.
HSCEI지수를 제외한 다른 지수형 ELS는 아직까지 녹인 진입과 거리가 있다.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럽 주요 12개국 증
[이용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