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 1년 차인 장성조씨(60·서울 양천구 목동)는 충북 청주에 소형 아파트 두 채를 보유중이다. 장 씨는 “지방 근무 시절 사둔 아파트에서 매달 40만원씩 임대수익이 발생해 올해초 1억 원을 들여 한 채 더 매입했다”며 “나이가 더 들면 내려가서 살 생각도 있어 주식 투자나 치킨집 창업보다 든든하다”고 말했다.
이른바 ‘오륙도(5060세대)’라 불리는 은퇴세대들을 중심으로 지방 아파트 투자 수요가 늘고 있다. 들이다. 매달 임대수익은 올리고 싶지만 강남 재건축을 비롯해 서울·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너무 비싸다는 판단에 따라 비교적 싼 지방 아파트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게 부동산 업계 설명이다.
신명철 ‘광교 중흥S클래스’의 분양소장은 “지난달 1순위 청약 접수 당시 광교신도시 사상 최대 인파가 몰렸는 데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50~60대의 중후한 신사분들”이라며 “ “부동산 시장에 온기가 돌자 은퇴세대들이 금융 상품 투자나 창업 대신 임대수익 쪽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방 아파트 투자의 경우 과거 파견 지역 등 나름 사정에 익숙한 근무지를 중심으로 투자하는 게 일반적이다. 본인이 세를 들어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가족을 서울·수도권에 두고 혼자 근무하러 온 대기업, 협력업체 소속 ‘후배 세입자’에게 세 놓는 식이다.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아파트는 빌라나 오피스텔에 비해 재건축·시세 차익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장점으로 통한다.
월세 수익이 목적이기 때문에 새 아파트보다는 ‘기존 소형 아파트’가 관심사다. 투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청주 흥덕구 봉명동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어차피 세입자들의 소득 수준이 비슷해 월세를 높이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가격이 비싼 새 아파트 분양 보다 기존 단지 매매를 선택하는 경우가 현실적”이라며 “서울·수도권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알아보던 50~60대들이 투자금 덜 드는 지방을 기웃거리는 게 눈에 띈다”고 말했다.
LS산전·SK케미컬 등 산업단지 인근에 자리한 봉명동 푸른아파트는 20여년 전에 입주(1994년)했지만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던 지난 2012년 즈음에도 매매가격이 꾸준히 올랐다. 전용면적 44㎡형이 8월 말을 기준으로 3년 전인 2012년 7500만~8500만원 선이던 것이 2013년 8000만~9000만원 선, 지난 해인 2014년에는 8500만~9500만원 선, 올해 9500만~1억500만원 선으로 올랐다는 게 공인중개소들의 말이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청주시 3.3㎡당 매매 가격은 650만원으로 상승률은 9월 현재 지난해 대비 5.3%선이지만 청주 일반산업단지와 맞붙은 봉명동 아파트도 650여 만원이지만 같은 기간 상승률이 7.06%로 시 전체에 비해 높은 편이다.
현대제철, 동부제철 등이 있는 당진 역시 기존 아파트가 월세 상품으로 거래된다. 현대제철 통근 버스가 지나는 시곡동 우민늘사랑아파트의 경우 전용면적 54.6㎡형이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는 45만원 선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2012년 매매 가격이 7500만~8500만원에서 지난해 7500만~8900만 원, 올해에는 9500만~1억1000만원으로 올라섰다.
인근 B공인 관계자는 “이 곳 근무 경험이 있는 50~60대 남성들이 투자용으로 문의를 한다”며 “전세난 영향도 있지만 안정적으로 용돈 벌고싶은 ‘소심한 투자자’들이 늘어나 시세가 오른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탕정LCD 산업단지 등 20여 개의 산업단지가 몰린 천안 불당동 일대, 포스코제철소가 위치한 포항 동촌동 일대, 삼성·LG전자가 자리한 구미공단 일대도 ‘월세 아파트 테크’를 원하는 외지 은퇴자들의 관심이 모인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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