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이 머물던 텅 빈 방은 정 씨의 마음을 연일 허전하게 했다. 자녀가 떠난 서울 외곽의 165㎡(50평) 아파트는 지리적 특성에 쓸데없이 넓은 평수까지 가세해 좀처럼 가격이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30여 년의 직장생활이 정효식 씨(가명·60)에게 남긴 것은 8억원짜리 아파트와 매월 53만원의 이자가 나오는 정기예금 5억원, 국민연금 70만원이 고작이었다.
123만원의 월 수입은 경조사로 절반이 빠져나갔다. 정 씨 내외 중 한 명이라도 큰 병에 걸리면 생활비조차 감당할 수 있을지 막막했다.
아파트를 담보로 노후 자금을 받는 역모기지를 할까, 애물단지 같은 집을 아예 팔아버릴까 고민하던 정 씨는 지난달 KEB 하나은행 투자상품서비스부에 방문해 해결책을 찾았다.
정 씨를 상담한 이항영 KEB하나은행 팀장은 “우리나라 일반적인 샐러리맨 출신이 일반적으로 갖는 고민이 자산 대부분이 집에 묶여있다는 점”이라며 “불필요한 넓은 평수의 집을 서둘러 매각하고 수익성보다 안정성에 무게를 둔 포트폴리오를 짤 수 있도록 상담했다”고 전했다.
아파트 가격하락 가능성에 따라 넉넉한 수입을 거둘 수 없는 데다 세금부담까지 있어 역모기지는 포기하기로 했다. 대신 정 씨 부부가 충분히 노후생활을 보낼 만한 경기도 고양시 소재 3억원 상당 전세아파트로 이사가기로 정 씨와 상담 직원들은 의견을 모았다.
김수삼 팀장은 “새로 마련된 4억원의 자금으로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하되 안정성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바꿔보기로 했다”며 “크게 부유하지는 않지만 예측 가능성 있게 수입이 나올 수 있는 데 무게를 뒀다”고 설명했다.
5억원의 정기예금은 2억원을 줄이고 보험과 펀드 상품으로 수익성을 높이되 주식형 펀드 같은 위험상품은 회피하는 방식으로 안정성을 높였다. 김 팀장은 “이미 자녀들이 출가했기 때문에 목돈이 들어갈 일은 없다”며 “노후 장기전에 대비하려면 안정성이 핵심이기 때문에 수익성보다 안정성에 무게를 뒀다”고 했다.
나 씨 역시 노후생활을 위해서는 은퇴노후자금 확보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은행 직원들 조언대로 집을 팔았다. 특유의 보수적인 성향 때문에 1%대의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정기예금을 고집해왔지만 생각을 바꿨다. 보험과 펀드가 생소한 정 씨였지만 아직은 이 정도 상품에 새롭게 뛰어들 수 있을 정도는 될 만큼 젊다는 생각이 정 씨를 응원했다.
평수를 99㎡로 줄이고 매매에서 전세로 갈아탐으로써 마련된 4억원과 정기예금에서 이탈한 3억원, 총 7억원으로 정 씨는 금융자산을 활용해 매월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상품을 추천받았다.
KEB하나은행에서 판매하는 월이자 지급식 상품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즉시연금을 활용한 연금형태의 상품이고 또다른 하나는 월이자지급식 ELS(주가연계증권)이다.
먼저 즉시연금 상품의 경우 크게 상속형과 종신형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 상속형의 경우 일시납으로 보험금을 납입한 후 매월 이자를 받고 만기 또는 사망(상속종신)에 원금을 받는 구조다. 반면 종신형은 일시납으로 보험금을 납입한 후 원금과 이자를 매월 받는 구조다. 정 씨는 금융소득 비과세 혜택도 받으면서 노후자금으로 안정적인 연금으로 받는 상품에 가입해 생활자금 사용에 따른 심적 부담을 덜기로 했다.
월이자지급식 ELS(주가연계증권)은 일반 ELS 투자수익을 매달 지급하는 상품이다. 일반 ELS는 만기가 대부분 3년정도인데 조기상환이 안 될 경우에는 만기시점에 이자수익이 한꺼번에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월이자지급식 ELS는 이자수익이 발생하는 시기를 조절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부동산 상실에 대한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 안정적인 월세가 들어오는 2억 정도의 소형 부동산 투자도 감행하기로 했다. 저금리 시대 예·적금보다는 높은 수익률을 달성하면서 심리적 안정감을 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은 관리 편의를 위해 전셋집 인근으로 골랐고 예상수익률은 3.5~4% 가량으로 잡았다. 김수삼 팀장은 “부동산 물건을 선택할 때 중요한 것은 시장이 점차 세분화되어 같은 지역 안에서도 수익률이 차별화하는 ‘국지성’이 심화된다는 점”이라며 “무조건 가격대에 맞추어 접근하기 보다는 인근 수요와 가격 타당성을 면밀히 검토하여 매수 가능성을 타진해야 한다”고 했다.
정 씨는 본인과 배우자가 각각 상속형 종신 연금으로 일시납 2억원 상속형을 선택함으로써 매월 92만원가량을 받기로 했다. 상속형 종신 상품이라 사망할 경우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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