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르크멘바시 정유공장 건설현장에서 2030직원과 한창구 현장소장(가운데)이 결의를 다지고 있다. [이한나 기자] |
국영 정유회사인 TNGIZT의 73년 된 노후 공장은 개·보수를 거쳐 저품질 상압증류 잔류물을 분리·정제하고 고품질 가솔린을 생산·저장하는 시설을 갖춘 현대식 공장으로 탈바꿈했다. 옥탄가가 높은 고급 가솔린을 연간 230만t 규모로 생산한다.
지난달 말 찾은 현장에선 내년 3월 인계를 목표로 시운전이 한창이었다. 현지인 직원들이 무리 지어 다니거나 막바지 점검을 하고 있었다. 한때 2600명 넘게 일하던 이곳에는 현재 한국인 115명과 현지인 1037명을 포함해 1282명이 근무 중이다. 입구 게시판에는 '1200만시간 무재해' 기록표가 걸려 있다. 한창구 현대엔지니어링 현장 소장은 "이곳 기후 조건이 중동보다는 낫고 현지인들이 라마단 기간에도 일을 해 공사기간을 단축했다"고 전했다.
공사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설계도면 수백만 장을 만들고, 진공분리탑과 가열로 등 핵심 설비를 한국에서 75일 이상 걸려 가져왔으며, 9만m 케이블을 포설하는 단계마다 고비도 많았다. 전기와 기계 설계, 공정관리 등 주요 보직에는 한국 젊은이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현장 가까운 캠프에서 단체생활을 한다. 현장 공정관리를 맡은 유승진 사원(33)은 "공정 일정에 따라 밤샘 근무도 많고 주말도 온전히 쉬기 힘들지만 공정 진행 상황을 기록하며 많이 배운다"고 전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금융위기 전 국내 건설사끼리 중동 수주전이 치열할 때 이곳으로 눈을 돌렸다. 2008년 LG상사 구본준 당시 대표가 현지 정부와 물꼬를 튼 후 동반자가 됐다. 투르크메니스탄은 확인된 천연가스 매장량만 세계 4위 규모에 원유 매장량도 상당한 자원 부국이다.
국내 건설사들이 제2 중동 신화를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쓰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09년 처음 수주한 요르텐 가스플랜트에서 외국사들 코를 납작하게 했다. 원유 가공품 생산이 본격화되는 에탄크래커와 PE·PP 생산설비도 18억달러
고석규 투르크메니스탄 지사장은 "시장 조사에 기반한 기획 제안 방식으로 수주를 선진화했고, 양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사업이 급물살을 탔다"고 말했다.
[투르크멘바시 = 이한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