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업은 선진국 직전인 우리나라 경제력에 비해 한참 뒤쳐졌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우리 금융경쟁력 순위가 우간다보다도 낮게 나와 논란이 거세기도 했다.
우리 금융업의 낮은 위상은 장기적인 비전과 금융업 발전계획을 제시하는 연구소를 폄하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저서장과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영업환경이 위축되자 금융회사들이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연구인력이나 조직부터 줄이고 있는 게 우리 금융의 현주소다. 더욱이 현재 전세계적으로 핀테크바람이 일고 있지만 우리 금융계는 이런 세계적 흐름을 읽지 못하다가 뒤늦게 핀테크혁명에 동참하는 현상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1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을 비롯한 대다수 금융지주 산하 연구소의 인력이 감소 추세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987년 당시 신한은행 산하 씽크탱크 역할을 하기 위해 신한종합연구소로 출발한 미래전략연구소는 2003년 조흥은행과 합병과정에서 조흥경제연구소를 합쳐 2010년 금융지주 산하로 조직을 옮겼다.은행에서 지주산하로 자리를 이동한 이유는 은행 뿐만 아니라 비은행 영역까지 다루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한때 40여 명에 이르던 인력이 지금은 17명으로 절반 넘게 줄어들면서 1개 부서처럼 운영되고 있다. 인원이 대폭 줄어든 미래전략연구소의 모습이 글로벌 금융회사를 목표로 하는 신한금융의 현 실태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산업분석은 기업여신을 분석하기 위한 지원 조직이기 때문에 연구소가 아닌 은행내 여신을 담당하는 부서로 옮겼을 뿐”이라며 “중공업과 자동차를 담당하던 직원들이 은행 내 여신기획부로 자리를 옮겨 인원이 감소했다”고 해명했다.
금융지주 산하 연구소 가운데 인력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은 하나금융경영연구소다. 하지만 이곳도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연구소 전반에 퍼져 있는 고용 불안 탓이다. 한 연구원은 “수시로 이직을 알아보고 있다”면서도 “증권사 리서치센터 역시 감원 바람이 불고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유일한 농촌 연구기관이던 농협중앙회 산하 농촌경제연구소는 지난 2014년 해체됐다. 경제연구 기능은 중앙회로 흡수하고, 금융연구 기능은 금융지주 내 금융연구센터로 각각 분리했기 때문이다.
연구소 폐지는 지난 2012년 당시 중앙회장이던 최원병 회장이 국정감사에서 밝히면서 수면위로 떠올랐다. 당시 최 전 회장은 “농협경제연구소 실적에 대해 재검토할 것이고, 아예 연구소를 없애버릴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그가 농업을 연구하는 경제연구소를 일개 구멍가게보다 못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NH금융지주 산하의 금융연구센터로 연구소 명맥을 유지하던 이곳은 올해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1일자로 NH금융연구소로 명칭을 변경한 이곳은 9명이던 현재 연구인력을 15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지방 금융지주회사들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지방 금융지주사 가운데 가장 많은 인적자원을 보유한 BNK금융경영연구소의 인력은 11명에 불과하다. 이보다 적은 곳은 과도기를 겪고 있는 NH금융연구소 밖에 없다. DGB경제연구소는 9명이고 JB금융지주는 별도의 연구조직 조차 없는 실정이다.
구본성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연구인력들이 만들어내는 가치는 보이지 않는 자산”이라며 “결국 경영진 판단과 인식에 따라 연구소에 대한 투자와 위상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구 위원은 이어 “핀
뒤집어 말하면 글로벌 금융혁신 추세를 연구하는 적절한 조직이 없다면 우리 금융계는 영원히 금융후진국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김덕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