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에 종사하는 최영호씨(47)는 2006년 워런버핏을 통해 당시에 생소했던 ‘가치투자’ 개념을 배웠다. 최 씨는 국내에 가치투자 컨셉의 펀드가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펀드 출시 첫날 가입해 이후 10년간 매월 적립식으로 투자하고 있다. 현재 최 씨 펀드의 자산규모는 투자원금의 두배가 넘었다.
금융업계에 근무하는 백승헌(34)씨는 2006년 대학생 시절 아르바이트와 어린시절부터 적금 등을 통해 모아둔 돈 5000만원을 한 펀드에 모두 투자했다. 해당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가 밝힌 기업의 내재가치를 바탕으로 장기투자한다는 원칙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코스피 대비 다소 높은 수익률 정도 기대하며 결혼비용 마련 등을 목적으로 투자한 펀드는 현재 15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최 씨와 백 씨가 투자한 펀드는 2006년 4월 18일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당시 전무)가 내놓은 ‘한국밸류10년투자(이하 밸류10년)’ 다. 이들은 설정 첫날 가입해 현재까지 보유중인 극소수의 장기투자자들이다.
이 부사장은 당시 ‘10년 이상 펀드에 투자할 고객들을 찾습니다. 기대수익률은 은행이자+α입니다’를 구호로 가치투자에 도전했다. 펀드만 투자하면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심리가 만연했던 당시에 파격적인 기대 수익이 아닌데다 투자자들에게 장기 투자를 권장하기 위해 환매수수료 부과 기간을 업계 평균(90일) 보다 훨씬 긴 3년 이내로 제한한 것은 누가 봐도 ‘실험적’인 도전이었다. 특히 주식시장 움직임에 따라 1년에도 몇 번씩 펀드를 갈아타는 국내 투자자들에게 저평가 기업에 장기투자하겠다는 한국밸류의 승부수에 대해 금융투자업계는 반신반의하는 눈치였다.
이런 쉽지 않은 환경에서 첫날부터 펀드매니저의 투자 원칙을 ‘자발적’ 의사로 동참해 현재까지 펀드를 보유중인 고객은 최 씨, 백 씨를 포함해 모두 7명이다. 25일 한국밸류는 서울 신라호텔에서 10년간의 운용성과를 발표하고 그동안 자사의 투자법에 신뢰를 보여준 투자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투자간담회를 개최했다.
그룹 자금 1000억원으로 시작했던 이 펀드는 출시 1년 만에 운용규모 1조원을 돌파한 이후 꾸준히 ‘1조펀드’ 자리(현재 1조4500억원)를 지키고 있다. 한 해씩 쌓아온 성과는 10년간 156%라는 수익률로 나타나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의 4배를 웃돌고 있다. 이는 은행 복리 이자로도 연9.8%에 달한다.
‘밸류10년’의 진정한 가치는 장기 수익을 올린 투자자들이 3분의2에 달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한국투자자보호재단에 따르면 주식형 공모펀드에 5년 이상 투자한 경우는 평균 34.6%에 불과했다. 시장 움직임에 흔들려 펀드 가입·해지를 반복하기 때문에 펀드가 5년간 100% 수익을 내도 실제 수익자는 3분의1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세계적인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가 운용한 마젤란펀드(1977~1990년)가 한 해도 마이너스 없이 누적수익률 2700%를 기록했음에도 전체 가입자 중 절반이 손실 구간에서 펀드를 팔았다는 조사결과가 좋은 예다.
반면 ‘밸류10년’은 5년 이상 투자자가 전체 67.5%(2만2228계좌), 8년 이상 투자자가 절반 이상이다. 최근 1년 성과가 부진한 편임에도 펀드에서 자금이 빠지지 않고 있는 것도 결국에는 안정적인 수익률을 제공한다는 신뢰때문이다. 박래신 한국밸류 대표는 “펀드의 장기 가치투자를 제대로 실천되려면 이를 지켜줄 수 있는 투자자들의 믿음과 소신이 중요하다”며 “밸류10년의 진정한 경쟁력은 고객”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밸류투자10년’의 투자철학에 부합하는 종목으로는 동아타이어가 대표적이다. 펀드 설정 때부터 현재까지 담고 있는 이 종목은 10년 전 70억원 수준이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기준 300억원까지 증가했다. 같은 기간 주
[채종원 기자 /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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