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관계자는 27일 "한진해운은 1조~1조2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유동성 부족분을 자체적으로 조달한 후 경영 정상화 이행약정(MOU)으로 이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우선매수청구권 부여 여부를 떠나 (한진그룹의) 경영권이 유지될 것"이라며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을 거쳐 산업은행 자회사로 편입될 가능성을 일축했다.
또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금호산업 등 기존 구조조정 기업은 채권단의 추가 자금 지원과 후속 감자·출자전환을 거쳐 채권단이 일시적으로 지배주주가 되고 사후적으로 회사가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받아 지분을 되사는 방식이었다"며 "한진해운은 채권단의 추가 유동성 지원 없이 대주주(대한항공 등) 차원에서 유동성을 투입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우선매수청구권 부여와 무관하게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율협약 개시를 앞두고 대규모 감자를 통해 현정은 회장의 경영권이 실질적으로 상실된 현대상선과 달리 한진해운은 별도 우선매수청구권 부여 여부와 무관하게 경영권 유지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물론 이는 많게는 1조2000억원(용선료 인하 폭 21% 가정)의 부족자금을 한진그룹이 자체적으로 조달했을 때 얘기다.
한진해운은 지난달 4일 조건부 자율협약 개시를 앞두고 조양호 회장 일가의 경영권 포기각서를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용선료 협상과 유동성 마련, 사채권자 채무재조정 등 경영정상화의 선결과제 이행이 무산됐을 때를 염두에 둔 상징적인 조치다.
한진해운의 경영정상화 요건은 경영권 유지를 전제로 한다는 게 산업은행 입장이다. 한진해운의 조건부 자율협약은 8월 4일까지이고 1개월 연장이 가능하다. 반포고속터미널 매각으로 실탄을 확보한 한진그룹이 외부 자금 조달 등 추가적인 활로를 확보하는 일만 남았다는 뜻이다.
한진해운 경영권 부여에 대해 한진 고위 관계자는 "조건부 자율협약 상태에서 경영권을 갖고 왈가왈부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말을 아꼈지
해운업계 고위 관계자는 27일 "조건부 자율협약 신청 시 조양호 회장이 해운 경영권 포기각서를 썼지만 이는 당시 채권단 기본 요구 사안을 충족하기 위한 선언적 조치"라고 말했다.
[김정환 기자 / 정석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