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영등포구청과 여의도 공인중개 업계 등에 따르면 재건축 대상인 16개 지역 아파트 단지 중 수정·시범·공작아파트가 재건축 추진을 위한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시범아파트와 공작아파트의 경우 시간 단축을 위해 '신탁형 재건축'에 무게를 싣고 있다. 조합을 구성해 재건축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신탁사를 일종의 대행사로 임명해 과정을 위임하는 것이다. 기존 조합 방식보다 거쳐야 할 단계가 단순하다는 장점이 있다. 두 단지가 신속하게 일을 진행하면 2017년 말 유예가 종료되는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제 적용을 피할 가능성도 있다. 초과 이익 환수를 피하려면 내년 말까지 관리처분인가를 받아야 한다.
시범아파트는 '빠른 재건축을 바라는 사람들' 조직을 최근 28명 규모의 '신탁방식 정비사업 추진위원회'로 확대개편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위원회 관계자는 "사업 추진을 위한 단지 내 홍보 등에 대해 동대표회의에서 3분의 2 이상 지지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11개 신탁사에 제안서 접수를 해달라는 공문을 다 보냈고, 11월 19일에 최종 프레젠테이션(PT)을 받은 후 11월 안에 신탁사를 최종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추진위는 신탁사 단독 시행을 위해 규정상 필요한 주민 75%의 동의를 연말까지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작아파트도 11개 신탁사에 이르면 11월 초 사업제안서 제출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낼 예정이다. 공작아파트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현재 공문 문서를 작성 중이고, 동시에 소유주들로부터 신탁형 재건축 동의를 구하고 있다"며 "373가구 중 100곳 이상이 동의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수정아파트 인근 한 공인중개소 대표는 "수정아파트가 주민 총회를 두 번 했고 여기서 90% 이상 찬성률이 나왔다고 한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업계에서는 수정아파트가 조합 구성 직전 단계까지 왔다고 표현하고 있다. 영등포구청 측은 이에 대해 "정비계획 수립 전 단계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고, 실제 수정아파트 추진위가 곧 정비계획 수립과 구역 지정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했다.
업계는 수정아파트가 서울시로부터 재건축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 여의도 지역이 술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정아파트가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정비구역으로 지정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의도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자 대상 단지 아파트들의 집값은 수직 상승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5월 말까지만 해도 5억7000만원에 거래됐던 시범아파트 전용면적 61㎡ 집이 9월 10일 7억원에 팔렸다. 수정아파트도 유사한 상승 추이를 타고 있다. 수정아파트 전용면적 75㎡는 거래가가 지난 4월 6억5500만원에서 9월 20일 7억9500만원까지 올랐다.
다만 전문가들과 지역 업계 관계자 중 일부는 신탁형 재건축 성공을 위한 필수 조건인 '주민 75% 이상 동의'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시범아파트 인근 한 공인중개소 대표는 "전반적으로 신탁 방식으로라도 빨리 재건축을 하고 싶어하는 심리가 강하지만, 익숙한 조합 재건축을 원하는 주민들도 있다"고 전했다. 신탁사업을 두고
이와 관련해 공작아파트 재건축 추진위 측은 "총 3번의 신탁형 재건축 설명회 후 주민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해봤는데, 반대를 표시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