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주력 계열사들이 줄줄이 실적과 주가에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같은 현대차그룹 계열사 추락의 중심에는 현대차가 있다. 그동안 2~3%포인트를 유지해왔던 기아자동차와 현대차의 영업이익률 격차는 현대차의 실적 악화 때문에 지난해 4분기 결국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를 두고 기아차가 사업을 잘해서가 아니라 현대차가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 너무 부진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월 31일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7%대였던 4분기 현대차 영업이익률이 4%대로 급감하면서 기아차와의 격차가 0.1%포인트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2분기 7.7%였던 현대차 영업이익률은 작년 2분기 7.1%, 3분기 4.8%에 이어 4분기 4.2%로 추락했다. 4분기 기준으로는 기아차보다 단 0.1%포인트 웃도는 데 그쳤다. 이는 기아차의 선전이 아닌 현대차 부진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두 회사의 영업이익률 격차가 축소된 것은 현대차의 차량부문 외형 감소와 금융부문 마진 하락 영향 때문"이라며 "기아차도 증권사 예상치보다 부진한 실적을 이어간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주가 전망이 어두워졌다"고 설명했다.
기아차의 작년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2조9100억원, 532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4.1%로 전년 동기 대비 0.1%포인트 늘었다. 사실 기아차에 대한 시장의 실적 전망은 어둡다. 통상임금의 경우 1심 판결이 올해 1분기에 나올 전망이어서 관련 비용을 반영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관세가 부활하면 멕시코 공장 가동률이 낮아질 수 있다. 이날 기아차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58%(1350원) 떨어진 3만6400원에 장을 마쳤다.
현대차의 부진은 현대차그룹의 자동차 부품·물류 계열사들의 실적과 주가를 함께 끌어내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모비스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만4000원(9.02%) 급락한 24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홍콩상하이·CS·모건스탠리 등 주요 외국계 증권사를 통해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현대모비스의 주가가 하루 만에 9% 이상 떨어진 것은 2011년 8월 이래 처음이다.
[문일호 기자 / 이용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