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해운사였던 한진해운이 7일 증권시장에서 29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7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해운업 장기 불황을 버티지 못했기 때문이다. 1위 해운사는 증시에서 퇴출됐지만 남아 있는 5개 해운사 주가는 올해 초부터 오름세를 보이며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날 매일경제신문이 분석한 결과 현대상선 팬오션 흥아해운 대한해운 KSS해운 등 국내 5개 상장 해운사 시가총액은 이날 기준 5조3543억원에 달했다. 지난 1월 2일 시총이 4조855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 달 새 31%가 증가한 것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이 같은 주가 상승세가 단순히 한진해운 상장폐지 효과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많다는 것이다. 우선 벌크선 업황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벌크선 운임을 나타내는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해보다 31.5% 상승해 올해는 888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지윤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통상적으로 제조업 생산활동이 거의 없는 춘제 직전 BDI가 연간 최저점"이라며 "올해 춘제 직전 BDI는 700으로 2016년 저점 대비 2.5배 높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다 보니 5개 해운사 가운데 주가 상승세가 높은 곳은 벌크선 비중이 큰 대한해운과 팬오션이다. 이 두 해운사의 7일 주가는 1월 2일에 비해 각각 43%, 34% 상승했다. 실제로 벌크선사인 팬오션은 2월 말 세계 최대 펄프회사와 7196억원 규모 장기 운송계약을 체결하는 등 연초부터 순항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선 컨테이너 업황 개선이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컨테이너선사들의 주가는 벌써부터 상승세다. 현대상선 현재 주가(7일)는 8490원으로 1월 2일에 비해 25% 상승했다. 흥아해운은 다른 4개 해운사에 비해 주가가 들쑥날쑥하지만 1835원을 기록했다. 1월 2일에 비해 37% 올랐다.
우선 한진해운으로부터 국내 1위 해운사 바통을 이어받은 현대상선은 지난해 여러 불안 요인을 털어냈다. 지난해 8000억원을 웃도는 대규모 적자를 냈음에도 2월 초 한국신용평가가 현대상선 신용등급을 D에서 안정적을 뜻하는 'BB'로 상향 조정한 것도 그 때문이
올해 컨테이너 업황 역시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일본 3대 해운사 통합으로 글로벌 컨테이너 산업 재편이 막바지 단계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치킨게임을 주도하던 세계 1위 컨테이너 선사인 머스크도 지난해 4300억원 적자를 내며 더 이상 제 살 깎기식 영업을 지속할 수 없다는 분석이 많다.
[윤진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