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2 부동산 대책 후폭풍 / 거래막힌 서울 재건축 5만6천가구…전체의 절반 ◆
↑ 전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서울은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되는 등 재건축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3일 대표적인 재건축 지역인 서초구 반포 지역의 공인중개사무소에는 앞으로 대처 방안을 묻는 전화가 빗발쳤다. [이승환 기자] |
"집을 매도할 수 있는지, 재건축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는지 묻는 주인들 문의 전화가 많이 왔어요. 예전엔 매수 관련 전화가 많았는데 어제부터 집주인들 문의가 부쩍 많아졌네요."(반포1단지 근처 B공인중개업소)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다음날 강남 재건축 시장은 예상보다 강력한 규제 방안에 당황하는 빛이 역력했다. 중개업소 대부분이 휴가 중이라 휴대전화로 문의를 받는 가운데 출근을 한 경우도 눈에 띄었다.
3일 매일경제신문이 개포·반포·잠실 등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를 취재한 결과 매물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던 일부 강남 재건축에서 최근 1~2일간 호가를 낮춘 급매물이 나타났다. 6·19 부동산 대책 이후 단기간에 집값이 급등하자 주인들이 거둬들여 자취를 감췄던 매물이 초강력 대책에 가격을 조금 낮춰 시장에 다시 나온 것이다. 27억원을 넘어섰던 반포주공1단지 전용 84㎡가 1억원 정도 가격을 낮춘 급매물이 등장했다. 옆 단지인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도 호가를 5000만원 떨어뜨린 매물이 나왔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도 가격을 5000만~1억원 낮춘 급매물이 나타났다.
하지만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등 매수자에게 불리한 여건도 많아 급매물이 나와도 매매는 이뤄지지 않는 '거래절벽'이 나타날 듯하다고 시장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잠실동 C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매수자 전화가 대부분이었는데 관망세로 기다리겠다고 하고, 집주인들도 문의만 할 뿐 가격을 낮출 생각은 아직 없는 것 같다"며 "둘 다 '눈치작전'이 치열해 한동안 거래가 끊길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강남 재건축 단지들은 이번 대책이 어떤 타격을 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건축 진행 단계마다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대책이 제각각이라 앞으로의 추이를 예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서울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는 모두 10만8000가구다. 이 중에서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단지는 절반 수준인 5만5655가구에 이른다. 이들 단지는 원칙적으로 3일부터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됐다.
머릿속이 가장 복잡해진 곳은 조합설립인가부터 사업시행인가 사이에 있는 단지들이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와 3주구, 신반포3차·경남, 잠실주공5단지, 잠실 미성·크로바, 잠실 진주아파트 등이 포함된다. 이 단지들은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분양가 상한제 적용 가능성 등의 영향을 모두 받는다. 또 현재 사업 진행 상황으로 볼 때 내년부터 부활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수 있을지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당장 5일 사업시행인가 총회를 앞둔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조합원들은 걱정이 많은 모습이다. 올해 관리처분계획을 신청해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도 빠듯한데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처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환수제 회피를 위해 건설사와 이익을 나누는 공동시행 방식까지 도입했는데 상황이 고약하게 돌아간다"며 "환수제를 기적적으로 피해도 5000가구가 넘는 대단지 분양까지 성공해야 하는데 갈 길이 멀다"고 토로했다.
사업시행인가를 넘어선 아파트들은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분양가 상한제 적용 가능성 영향권에 있다. 개포1단지와 4단지, 청담 삼익아파트 등이 대표 단지들이다.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을 할 기회는 놓쳤지만 '버티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개포동에 집을 산 30대 투자자 정 모씨는 "이제 아파트 입주까지 보고 기다릴 수밖에 없다"며 "4~5년 후 강남에 새 아파트 공급이 부족해지면 오히려 빛을 볼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조합 설립이 되지 않은 재건축 초기 단계 아파트들은 상대적으로 대책 영향권에서 한숨을 돌린 모습이다. 압구정 아파트들이나 대치동 은마아파트,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등이 꼽힌다. 초과이익환수제 정도가 문제지만 진행 단계가 워낙 초기라 큰 타격이 없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 단지는 최소한 조합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재건축 초기 아파트들은 진도가 나간 단지보다는 타격이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라면서도 "워낙 장기투자 관점으로 변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동우 기자 / 이윤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