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00조 굴리는 日공적연금펀드 미즈노 히로 CIO
운용자산만 1조2000억달러(약 1300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 공적연금펀드(GPIF)의 미즈노 히로 최고투자책임자(CIO·사진)의 말이다. 그는 "현재 1조엔(약 1000조원)인 ESG 투자 규모를 앞으로도 계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24일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회장 손병옥)는 창립 1주년을 맞아 '여성의 경영 참여 확대와 W-ESG 투자'를 주제로 서울 조선호텔에서 포럼을 개최했다. 이 포럼에 참석한 미즈노 CIO는 '일본에서의 ESG 여성친화기업 투자, 그 성과와 과제'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공적연금은 기금의 성격과 막대한 운용 규모, 그에 따른 시장 지배력 등을 고려해 일반 펀드와는 다른 관점에서 운용해야 한다"면서 "철저한 장기 투자를 통해 장기 수익률을 관리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투자 대상 기업이 환경이나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산업이나 경제 전반에 가져올 결과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A기업이 자사의 이익을 위해 환경을 파괴하면 B나 C 등 다른 기업들이 피해를 보게 되는데, 일본 내 투자 기업만 6000개에 달하는 GPIF는 이로 인해 포트폴리오의 리스크가 확대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ESG를 준수하는 기업들에 주로 투자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이 같은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미즈노 CIO는 "특히 ESG 중 S(Social)에 해당하는 항목에 'MSCI 일본 여성 활약 지수(WIN)'라는 지표를 넣어 여성의 경영 참여를 확대하고 여성의 능력을 공정하게 평가하려고 노력하는 기업을 투자 대상에 포함시켰다"면서 "여성친화적인 기업은 고령화 사회에서 인력을 더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투자 수익률도 높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특히 미즈노 CIO는 한국과 일본 기업들의 여성 참여 비율이 극히 낮은 점을 지적하며 "GPIF는 한국의 삼성에 대해 '직원의 99%가 아시아 남성으로 이뤄진 회사'라고 평가하고 있다. 동일한 사회적 경험과 동일한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는 구성원들만 모여 있는 기업에서는 창의성이나 혁신이 나올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다양한 성별, 인종, 문화적 배경을 가진 구성원들을 갖춘 기업에서 창의성이나 혁신이 나온다. GPIF는 그런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미즈노 CIO는 "투자 대상 기업이나 위탁운용사 선정 과정에서 ESG 평가 지수 및 선별 방법과 과정을 공개함으로써 보다 많은 기업과 자산운용사들이 ESG 및 ESG 투자를 준수하게 만들었다"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본 기업에 대해 전보다 높게 평가하게 되면서 투자가 확대되는
■ <용어 설명>
▷ ESG 투자 : ESG는 환경·사회·지배구조(Environment·Social·Governance)의 약자다. 기업의 재무적 성과뿐만 아니라 기업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같은 환경적 요소나 지배구조처럼 비재무적 성과를 고려하는 투자를 의미한다.
[김효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