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더M ◆
30일 글로벌 회계·컨설팅기업 EY한영에 따르면 국내 기업 47곳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24곳이 CVC를 직접 운영한다고 응답했다. 7개 기업은 CVC를 운영한 지 2년이 넘었고, 나머지 17곳은 아직 2년에 못 미쳤다. 앞으로 CVC를 운영할 계획이 있는 8곳까지 합치면 조사 대상 기업 3곳 중 2곳이 CVC를 보유 내지 운영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VC는 기업이 자체적으로 조직한 벤처캐피털이다. CVC의 주된 업무는 기술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이다. 대기업이 CVC가 투자해서 거둔 결과물을 자사 제품에 적용시키거나 상품화해 수익을 얻는 구조다.
이처럼 외부에서 기업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오픈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과 산업 간 융합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기업들이 CVC를 운영하는 것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국내 CVC 중 눈에 띄는 회사는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최근 국내 대화형 인공지능(AI) 분야 스타트업인 '플런티'를 인수했다.
삼성전자가 국내 스타트업을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삼성전자는 CVC에 해당하는 조직인 삼성넥스트를 통해 스타트업 투자를 진행해오고 있다. 삼성넥스트는 2012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설립됐으며 2015년 모바일 결제 솔루션업체 '루프페이'를 인수해 삼성페이 서비스를 선보였다. 앞서 2014년에는 미국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업체 '스마트싱스'를 인수했다.
GS홈쇼핑은 국내외 스타트업에 1700억여 원을 투자했는데 직접 투자한 곳만 16개사에 이른다. 벤처 펀드 형태로 투자한 회사까지 합치면 300개가 넘는다.
네이버의 기술 스타트업 육성 기관 'D2 스타트업 팩토리(D2SF)'는 최근 AI 분야 3개 기업에 투자했다. '비닷두'는 딥러닝 기반 동영상 분석 기술을 갖췄으며 '딥메디'는 스마트폰으로 혈압을 측정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알레시오'는 태아의 예상 생후 사진을 이미지화하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대기업들은 최고디지털책임자(Chief Digital Officer)를 신설해 CVC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영조 전략기술본부장(부사장)이 이 역할을 맡고 있으며, 두산그룹도 최근 (주)두산 지주부문 내에 CDO 조직을 신설하고 형원준 전 SAP코리아 대표를 CDO에 선임했다.
또 신한금융지주는 조영서 전 베인앤드컴퍼니 금융부문 대표를 디지털전략팀 본부장으로 영입했다. 오승필 현대카드 디지털사업본부장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엔지니어 출신이다.
최재원 EY한영 전무는 "CVC 경영진은 기술과 투자 업무에 대한 이해가 필수"라며 "특히 최근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CVC가 테크놀로지 확보에 역량을 쏟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기업은 해외 기업보다 CVC에 더 공격적으로 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Y '글로벌 M&A' 설문에 따르면 한국 경영자들의 67%는 투자 예정 자본의 11~20%를 CVC에 투입하겠다고 응답했다. 반면 글로벌 경영진은 투자액의 6~10%를 CVC에 활용하겠다는 응답이 43%로 가장 많았다.
이 설문조사에 따르면 '크로스보더딜(Cross Border Deal)'이라 불리는 글로벌 M&A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체 응답자의 73%는 시장 접근성 확대를 위해 크로스보더 M&A를 고려한다고 응답했다. 정기환 EY한영 재무전략본부장은 "기업들이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투자 기회를 계속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내년 4조원대 혁신·벤처기업 투자 펀드를 조성해 혁신 창업의 마중물로 활용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산업은행과 한국성장금융에 1조1500억원을 출자해 민간 투자금을 합쳐 총 4조원대 지원 펀드를 조성하는 '혁신 창업 지원을
먼저 정부는 산업은행을 통해 내년 8500억원을 투자해 민간 자금과 결합해 최대 3조원 규모의 혁신모험펀드를 만든다. 한국성장금융에는 3000억원을 출자해 민간 자금과 결합해 최대 1조원 규모 펀드를 추가로 조성할 방침이다.
[정승환 기자 / 진영태 기자 / 전경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