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금융당국과 투자은행(IB)업계 등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아시아신탁 지분 60%를 1600억원대에 인수하기로 하고 이를 최근 금융감독당국과 이사회에 보고했다. 아시아신탁 측이 최종 조건에 합의하면 오는 31일 양사 이사회가 최종 의결을 하고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이다.
신한지주가 인수를 추진하는 아시아신탁 지분은 정서진 부회장 등 특수관계자가 보유한 지분 중 40%에 기타 주주 지분 20%를 더한 것이다. 남은 지분 40%는 향후 2~3년 내에 신한지주가 추가 매입하는 우선매수 옵션을 적용한다. 당초 시장에서는 신한이 지분 50%만 인수하고 기존 경영진과 공동경영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최종적으로는 과반의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도 가져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부동산신탁은 부동산 소유자에게서 권리를 위탁받은 전업 신탁사가 해당 부동산의 관리와 처분, 개발을 맡고 수수료를 받는 사업을 말한다. 부동산 경기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업종인 만큼 최근 시장 호황을 타고 급격히 성장했다. 부동산신탁사가 취득한 수수료(매출) 규모는 최근 5년간 연평균 21%씩 성장해 지난해 말 1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65.1%에 달하는 '알짜' 사업으로 통하지만 정부의 인가를 받아야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 보니 2009년 이후 현재까지 11개사가 시장을 과점하는 구도가 이어져왔다.
신한지주의 아시아신탁 인수는 최근 시장 성장 속도를 감안할 때 하루라도 빨리 시장에 진입해 입지를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해석된다. 최근 금융당국이 시장 활성화를 위해 신규 인가를 내 준다고 하지만 이를 취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설령 이를 획득해 새 신탁사를 출범시킨다 해도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정도가 되려면 시간이 필요한 만큼 기존 업체를 인수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2006년 출범한 아시아신탁은 지난해 신규 수주액 규모로 업계 5위를 차지하는 중위권 회사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383억원, 당기순이익은 282억원을 기록했다.
금융사의 잇따른 부동산신탁 시장 진출에 따라 앞으로 신탁업은 종합 부동산금융 서비스업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신탁사에 신탁을 의뢰하는 고객에게 같은 계열사에 있는 은행과 증권사 등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어서다. 신탁 서비스를 그룹사 내 은행이 판매하는 부동산 개발 관련 대출과 연계하거나 내부 전문가를 활용한 투자·매각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서비스 질을 높인다면 새로운 고객의 발길이 금융사 산하 신탁사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
특히 부동산신탁을 의뢰하는 고객은 토지 혹은 건물을 보유한 고액 자산가인 만큼 금융사 입장에서는 우량 고객을 확보한다는 이점도 있다. 신탁사의 높은 영업이익률은 최근 은행 이자수익 의존도를 낮추고 비은행 부문 이익을 키우려는 금융사들의 성장전략에도 도움이 된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신탁을 통한 부동산 개발은 부동산에 근저당을 설정하는 기존 방식보다 비용이 저렴해 최근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문 닫은 점포 등 은행이 보유한 유휴 부동산 개발도 그룹 내 신탁사가 도맡아 진행해 수익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분위기에 맞춰 NH농협금융·우리은행 등 다른 금융사도 신탁업 참여를
[김동은 기자 / 김태성 기자 /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