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전문가는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이번 결정은 투자전략 변경의 일환일 뿐 우리나라 채권 가치와는 사실상 무관하다는 데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한국만 콕 집어 제외한 것이 아니라 10개국으로 구성된 신흥국 벤치마크 비중 자체를 조정하다 보니 이 벤치마크에 포함된 한국도 조정 대상에 들어간 것이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재무부는 지난 5일(현지시간)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벤치마크로 신흥국 채권 지수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재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3100억달러(약 354조원) 규모 채권을 운용하고 있다. 여기에 포함된 신흥국 10곳은 한국·멕시코·러시아·말레이시아·폴란드·칠레·태국·이스라엘·헝가리·체코 등이다. 노르웨이 재무부와 중앙은행은 노르웨이 국부펀드와 관련된 의사 결정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인해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보유한 모든 원화 채권을 처분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벤치마크 추종 자금이 아닌 다른 자금으로 투자한 원화 채권까지 처분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주식 비중을 높이기 위해 채권 벤치마크를 없앴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채권에 대한 의무투자 한도 자체를 없애고, 그만큼을 주식에 추가로 투자하겠다는 얘기다. 신흥국 채권의 투자 매력이 떨어진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각국이 발행한 채권 간 상관관계가 커져 통화 다변화에 나설 필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대표는 "신흥국 벤치마크 지수를 없애 주식 투자 비중을 더 늘리겠다는 움직임"이라며 "통화 다변화를 할 만한 유인 동기가 줄어든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르웨이중앙은행 투자운용그룹에 따르면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2018년 투자한 한국 채권 규모는 432억크로네(약 5조7648억원)로 벤치마크에 포함된 신흥국 중 가장 높은 비중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행보가 한국 채권시장에 당장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전망이다.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운용자산 규모(AUM)가 크지만 단일 펀드가 미치는 영향력은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원화 채권을 빼고 인도와 브라질 통화 채권은 남겼다는 건 신용등급이나 안정성 등을 봤을 때 이해하기 힘들다"며 "목표 편입 비중에 비해 인도·브라질 통화 채권 편입 비중이 작았다면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채권시장 역시 다른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날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 금리는 각각 전 거래일 대비 1.2bp(1bp=0.01%포인트), 2.5bp 하락한 1.723%와 1.868%로 마감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원화채 비중 축소 소식에도 채권 가격은 오히려 오른 셈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국내 경기 판단을 더욱 안 좋은 방향으로 수정한 점이
김형호 한국채권투자자문 대표는 "우리나라 채권에 100조원 정도 외국 자금이 들어와 있기 때문에 5조원 수준의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움직인다고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며 "그러나 다른 펀드들이 동조할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강우석 기자 / 정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