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퓰리즘에 누더기 된 세제 ◆
정부가 세제 개혁의 큰 그림을 그리겠다는 취지에서 매년 발표하는 '중장기 조세정책운용계획'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비슷한 내용이 수년째 반복되면서 실효성 논란이 커지고 있는 데다 정부 내에서조차 무용론이 나오고 있다. 특히 부동산 거래세, 상속·증여세와 관련해서는 올해 실제 세법 개정과 엇갈리는 내용까지 관행적으로 계속 포함되고 있어 정부 스스로도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중장기 조세정책운용계획 작성에 참여했던 한 전문가는 "같은 내용의 자료를 표현만 조금씩 바꿔가며 발표하고 있다. 사실 중장기 전략이 해마다 바뀌는 것도 말이 안 되는데 매년 이 작업을 반복해야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중장기 조세정책운용계획은 향후 5년간 조세정책의 기본 방향과 목표를 담아 정부 예산안과 함께 국회에 제출되는 자료다. 재정지출 분야는 중장기 계획을 1980년대부터 작성해왔지만 재정수입 분야는 장기 계획이 없다는 지적에 따라 2013년 중장기 조세정책운용계획이 시작됐다. 의원 시절부터 이 같은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취임하며 곧장 이 같은 제도가 도입된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중장기 전략을 매년 발표해야 하다 보니 해마다 1억4000만원의 예산을 쓰고도 과거 보고서를 베끼는 수준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일례로 소득세 부문의 중장기 전략을 살펴보면 '공제·감면제도 평가 및 개선' '세원투명성 강화' '금융소득 과세체계 정비' 등의 키워드가 매년 반복되고 있다. 당해연도 세법개정안에 담긴 단기 과제나 전년도 세수실적 등이 조금씩 수정될 뿐 중장기 전략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중장기 조세정책운용계획 작성에 여러 차례 참여했던 안종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학자로서 매년 똑같은 문장을 써내는 것도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중장기 전략이 연례화되면 발생할 폐해를 수없이 경고했지만 정부에서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결과 유명무실한 계획으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렇게 습관적으로 보고서 작성이 이뤄지다 보니 자연히 정부도 중장기 계획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2019년까지를 기한으로 수립한 '2014년도 중장기 조세정책운용계획'을 보면 상당수가 현재까지 미결 과제로 남아 있다.
당시 정부는 한국의 거래세 세수와 상속·증여세 세율이 국제 수준에 비해 월등히
[문재용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