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에 따르면 2015~2018년 신규 취급액 기준 주담대 평균 금리는 3.15%다. 이 시기 대출을 받은 사람이 갈아타면 1.3%포인트 가까이 금리를 낮춰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조건(부부 합산 소득 8500만원·주택 시세 9억원 이하)만 맞으면 무조건 신청하는 게 이득'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신청 기간이 일주일 더 남았는데도 조기에 한도를 다 채웠다. 금융위는 오는 29일 자정까지 신청을 받은 후 집값이 낮은 순서대로 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안심대출 인기는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도 끌어올렸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이 판매하는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23일 2.36~3.86%로 일주일 전 2.25~3.75%보다 0.11%포인트 오르게 된다. 8월 말 2.13~3.63%와 비교하면 이달 들어 0.23%포인트나 뛴 것이다. 매주 월요일마다 금리가 바뀌는 이 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지난달 말 역대 최저치를 찍은 후 조금씩 상승했다. 그러다 이달 중순인 16일에는 전주보다 0.02%포인트 내렸다 다시 한 주 만에 급등세로 돌아섰다. 매일 금리를 조정하는 우리은행도 혼합형 주담대 금리가 8월 말 2.39~3.39%에서 이달 16일 2.49~3.49%를 거쳐 23일에는 2.58~3.58%로 오른다. KEB하나은행도 이달 들어 금리가 0.205%포인트 상승했다.
시중은행 대출금리 상승세는 안심대출이 출시된 16일을 기점으로 가팔라졌다. 안심대출을 실행하는 주택금융공사는 오는 12월부터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해 대출 재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연말부터 채권시장에 20조원 규모 물량이 투입되는 것이다. 이미 예고된 '물량 폭탄'에 시장이 먼저 반응한 탓에 최근 채권금리는 오르막을 타고 있다. 채권은 가격과 금리가 반대로 움직인다. '물량 과다→가격 하락→금리 상승' 구조다. 여기에 정부가 내년에 올해의 배 수준인 60조원 규모 적자국채 발행 계획을 밝힌 것도 공급 부담 심리에 불을 지폈다.
실제 시중은행 혼합형 주담대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금융채 5년물 금리는 최근 줄기차게 뛰고 있다. 8월 말 1.387%이던 금리가 안심전환대출 신청 4일째인 19일 1.5943%까지 치솟았다. 이런 현상은 2015년 1차 대출 판매 때도 똑같이 나타났다. 그해 3~4월 두 차례에 걸쳐 총 34조원에 달하는 대출 신청이 몰리자 당시 1%대에 머물던 금융채 5년물 금리는 2%대로 올랐다. 안심대출의 혜택을 받는 기존 대출자들 때문에 새로 대출을 받으려는 애꿎은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안심대출 인기에서 확인된 '대출 갈아타기' 열풍은 또 다른 정책성 장기·고정금리 대출인 보금자리론에서도 확인된다. 이날 주금공에 따르면 전체 보금자리론 대출 건수 중 다른 대출에서 갈아탄 대환 대출자 비중은 지난해 말 3.5%에서 올해 8월 말 21.7%로 급증했다. 올해 초만 해도 이 비중이 5~7%에 그쳤지만 시장금리가 떨어진 데 맞춰 보금자리론 금리가 내리막에 접어들자 점차 늘어난 것이다.
신청 일주일 만
■ <용어 설명>
▷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 기존 주담대를 최대 5억원 한도로 10~30년 만기, 연 1.85~2.1%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정책 상품이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