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2015년 뮤지컬 시장의 가장 대표적인 키워드는 창작뮤지컬이다. 뮤지컬 ‘신과 함께’ ‘아리랑’ 등 1000석 규모의 대형 창작뮤지컬들이 초연무대로 관객들과 만났을 뿐 아니라, 재공연을 거듭하며 관객의 사랑을 받은 작품들이 꾸준히 무대 위로 올라오고 있는 것이다.
화려한 라이선스 뮤지컬을 비롯해, 매년 크고 작은 작품들이 수없이 많이 쏟아져 나오는 뮤지컬 시장에서 다시 무대에 오른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쟁쟁한 작품들과 겨뤄 다시 무대에 오른다는 것은, 그 작품이 시간과 세대를 초월한 가치가 있다는 뜻이고, 이는 어쩌면 단기간 수익을 높이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문열 작가의 소설 ‘여우사냥’을 원작으로 하는 ‘명성황후’는 1895년 을미사변(乙未事變, 고종 32년 일본 자객들이 경복궁을 습격해 자행한 명성황후 살해사건)을 중심으로 19세기말 위기의 조선을 그려낸 뮤지컬이다. 이전까지 시아버지 대원군과 권력싸움을 벌인, 독한 악녀로 평가됐던 명성황후를 해외 열강들을 이용해 나라를 구하려던 지혜로운 왕비로 재해석한 뮤지컬 ‘명성황후’는 국내 창작뮤지컬의 대형화에 초석을 놓았으며, 드라마 ‘명성황후’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 등 명성황후를 다룬 이후 작품에도 큰 영향을 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20년이라는 세월동안 크고 작게 무대와 내용을 수정해 나간 ‘명성황후’는 전국을 돌고 돌아 초연무대가 열렸던 예술의 전당으로 다시 돌아왔다. 초연에서 전해주었던 감동은 그대로 살리되, 대형 원형 무대와 위아래로 움직이는 무대 등 한층 진보된 무대장치 기술로 보는 맛을 더욱 살렸다.
‘명성황후’가 대형창작뮤지컬을 대표하는 작품이라면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이하 ‘사비타’)는 소극장뮤지컬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1995년 남경읍, 남경주, 최정원이 출연하며 초연 무대를 올렸던 ‘사비타’는 이듬해 제2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음악작곡상, 남우주연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했고, 2011년까지 4,000회 이상 공연, 매회 객석 점유율 80%를 상회하는 등 평단과 대중의 사랑을 동시에 받은 작품이다.
‘사비타’는 스물넷에 부모를 여읜 후 세 동생들 뒷바라지만 해 온 큰형 동욱과 그런 형이 못마땅해 가출했다가 7년 만에 돌아온 막내 동현, 그리고 두 형제의 갈등 사이 엉뚱하게 끼어든 웨딩 센터 직원 미리가 벌이는 이야기다. ‘사비타’는 스타 등용문이라고 불릴 정도로 걸출한 배우를 배출해 왔는데, 대표적인 배우만 해도 박건형, 엄기준, 오만석, 오나라, 김소현, 송창의, 서범석, 윤공주, 신성록, 김법래, 김무열, 김다현, 카이 등 셀 수 없을 정도다.
스타 등용문 역할을 톡톡히 한 ‘사비타’는 국내 뮤지컬 최초로 일본에 레플리카(Replica - 대본, 음악, 동선 등을 변경 없이 그대로 옮겨 오는 것)라이선스 수출을 하기도 했다.
‘베르테르’가 장수뮤지컬로서 가지고 있는 특이점은 바로 팬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는 공연이라는 점이다. 초연 당시 저조한 흥행성적과 제작사의 경연난으로 더 이상 공연되지 못할 뻔했던 ‘베르테르’를 살린이가 다름 아닌 ‘베르테르’의 팬들이었던 것이다. 팬들의 지지를 받아 재공연에 성공한 ‘베르테르’였지만 2003년 제작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고, 이에 팬들은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자발적인 자금모음을 통해 3억 원을 조달, 직접 제작에 나서며 작품의 명맥을 이었다.
올해로 15주년을 맞이한 ‘베르테르’의 장수 비결 중 하나는 바로 매해 재공연을 해도 늘 다른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베르테르’는 연출가의 연출에 의해 극의 성격이 크게 바뀌는 작품 중 하나인데, 그러다보니 매해 같은 공연이 올라온다고 하더라도 전혀 다른 매력으로 관객들에게 매력을 어필한다는 것이다.
10주년을 맞이한 ‘빨래’ 역시 대표 장수 뮤지컬 중 하나이다. 다세대 주택을 배경으로 서민들의 삶과 애환을 빨래를 통해 표현한 ‘빨래’는 소극장 뮤지컬로서 꾸준한 사랑을 자랑하고 있다.
‘빨래’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바로 10년이 넘는 시간에도 변하지 않는 ‘공감의 힘’이 크다는 것이다. 서울이 달동네를 배경으로 하는 ‘빨래’는 작가의 꿈을 안고 상경했으나, 서울살이 5년 점점 현실에 지쳐가는 나영과, 한국에 일하러 온 몽골 청년 솔롱고, 애인과 사네 못사네 하며 티격태격하는 희정엄마, 나영과 희정엄마가 세 들어 사는 반지하방 주인할머니 등 모든 인물들이 공연장의 문을 열고 나가면 만날 수 있을 듯 익숙하고 친숙하다.
‘힐링 뮤지컬’로 불리는 ‘빨래’는 국내 뿐 아니라 이웃나라 일본 뮤지컬 시장에도 진출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다. 2012년 일본 라이선스 공연으로 진출한 ‘빨래’는 당시 뮤지컬 티켓판매순위 10권 안에 들면서 그 저력을 자랑하기도 했다.
2005년 12월 초연된 ‘오 당신이 잠든 사이’ 2006년 6월 초연된 ‘김종욱 찾기’ 역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작품이다. 오픈런으로서 많은 관객들의 발걸음을 이끌었던 두 작품은 현재 잠시 재정비에 들어섰다. ‘오 당신이 잠든 사이’는 오는 9월4일 10주년 공연을 올리기 위해 준비 중이며, 일본 라이선스 공연을 확정한 ‘김종욱 찾기’는 2016년 1월 공연을 올릴 준비에 나섰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