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선호와 연화의 재회는, 마치 다시 볼 수 없는 사람과 다시 만난 느낌일 거예요. 막연히 ‘남과 여’의 만남은 아니라는 거죠”
배우 최주리가 ‘국경의 남쪽’으로 관객들을 만났다. 앞서 ‘김종욱 찾기’ ‘빨래’ ‘삼천’ ‘여신님이 보고 계셔’ ‘아랑가’ 등을 통해 관객들을 만난 최주리. 그의 진가가 ‘국경의 남쪽’에서 빛났다.
최주리는 함경도와 평양 사투리를 구성지게 내보이는데 이어 “다르죠! 기래요? 구래? 이렇게 달라요. 함경도 사투리 배워서 평양에서 쓰는 단어가 달라서 어투가 달라서 처음에는 헷갈렸는데 이제 집에서 강아지에게도 사투리가 나와요”라고 말했다.
↑ 사진=서울예술단 |
‘국경의 남쪽’은 2006년 개봉된 영화 ‘국경의 남쪽’을 원작으로 하며 탈북자라는 무거운 소재를 정통 멜로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최주리는 극 중 사랑하는 선호를 위해 탈북을 하는 연화 역을 맡았다. 북한에서 달콤한 미래를 약속했던 선호가, 불가피하게 탈북을 하게 되고, 그를 기다리다가 목숨을 걸고 남한으로 오게 되는 인물이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첫사랑이라서 저 역시 그게 당연한 것 보고 자랐어요. 첫 연애 때를 생각해보니 ‘너무 힘들지만 이걸 참고 만나야 하는구나’라는 정말 서툴렀던 마음으로 만났던 거 같아요. 아마 연화도 마찬가지였을 거예요. 더 깨끗하고 순수, 순박한 사랑의 감정이었겠죠. 선호나 연화 모두, 이 사랑이 끝 사랑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지나고나니 첫사랑이었을 거예요.
연화와 선호는 북에서 달콤한 연애를 한다. 연화는 곡사포가 아닌 직사포로 마음을 드러내기도 하고 분수가 보이는 대동강에서 데이트를 즐기기도 한다. 불가피하게 먼저 탈북한 선호는 연화에게 편지도 쓰고 브로커에게 청도 하지만, 들려온 소식은 연화의 결혼 소식이다.
“둘 다 맹목적인 노력을 했을 거예요. 선호도 연화가 결혼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노력해도 못 데려올 것이라면 차라리 결혼한 것이 잘 됐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선호가 탈북한 후 연화를 데리고 오는 것을 생각했다면, 연화가 할 수 있는 것은 탈북뿐이었겠죠. 상황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선호와 연화의 해후는 단순한 남과 여의 관계가 아니다. 그래서 더 애처롭고 애잔하다. 이들이 다시 만났을 때 연화가 부르는 ‘만났으니 됐어요’라는 넘버는 그런 연화의 마음이 담겨있어 감정을 극대화한다.
“저는 서울데이트 할 때까지 리허설 할 때까지 ‘남녀의 재회’라고 생각했는데 무대 위에서는 ‘그리워하는 사람들과의 재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선호의 모습에 ‘왜 그러지’라는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남과 북, 이산가족의 아픔, 재회가 살결처럼 와 닿지 않았어요. 근데 이산가족이 상봉하는 영상을 봤는데, 거기에는 새로운 가족도 아니고 다시 눈앞에 있는 것과 마주한 것이더라고요. 지금 가족은 상관없는 거죠. 그것들이 일차적으로 우리에게 분단이 무뎌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선호에게 경주가 생각나지 않았을 거예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걸고 왔건만. 연화와 선호의 만남은 그리 달콤하지 않았다. 이미 가정을 꾸린 선호, 그를 사랑하는 경주를 마주했을 때 연화는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 경주는 극 중 연화를 알아봤음에도 선호를 향해 “가 봐”라고 말한다. 한 프레임 안의 세 사람의 모습이 더 없이 슬프다.
“경주가 연화를 마주했을 때 한눈에 알았을 거예요. 선호 입장에서는 내 삶은 새로운 사람 만났는데, 죽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통째로 사라져 버린 것을 다시 마주한 듯할 거예요. 경주도 선호의 이런 아픔을 알고, 사랑으로서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거고요. 선호와 연화의 만남은 더 깊게, 사람과 사람의 재회이자 이별이에요. 마치 꿈에 돌아가신 가족이 나타났는데, 우린 이제 만날 수가 없으니까 각자의 삶을 살자, 라는 거죠. 이별의 과정이요.”
때문에 이들의 만남이 비록 함께 하지 못한다고 해도 해피엔딩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서로의 행복을 바라주고, 마음에 품고 사는 것으로도 충만한 마음이 될 수 있는 것 또한 서로에게 또 다른 행복이 될 수 있다는 것. 자신을 바라보는 달라진 선호의 눈빛이 달라졌어도, 원망이 아닌 분통을 터트리는 연화의 모습은 이 같은 감정을 여실히 드러낸다.
“연화에 대해 많은 것이 생각을 했어요. 내 삶의 전부가 남한에 왔을 때 육감적으로 느꼈을 것과, 선호의 달라진 눈빛, 살갑지 않은 태도가 나한테 너무 미안해 데리러 오지 못한 죄책감과 지금 당장 같이 살수 없다는 생각이라는 점이요. 현실을 받아들이고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계속 붙들려고 했는데 잡을 수 없을 때의 감정이요.”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넘버가 와 닿아요. ‘북에서 있었다면 어떤 집에 살고, 행복하게 살거야. 나이를 들고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낳고 그런 꿈을 꿈꿨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아름답게 헤어지자고 마음 먹는 거예요. 애써 즐겁게요. 너는 거기 나는 여기에서 어떻게든, 상황에 맞닥뜨렸다면 말이에요. 아마 선호와 연화는 속초에 가서 ‘우린 정말 끝났다는 것’을 알았고 열심히 사랑했다는 것과 성숙해진 것을 알았을 거예요. 우리의 삶으로 돌아가자는 것을 마음먹었을 거고요. 더 슬프죠.”
‘국경의 남쪽’을 하면서 최주리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잊고 살고 놓치고 살았던 순간순간에 대해서 말이다.
“대사인데도 울컥울컥해요. 작품을 보고 분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