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쇄용지 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가뜩이나 수요 감소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와중에 값 싼 수입지까지 국내로 들어오는 물량이 크게 늘고 있어서다. 게다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이후 득보다 실이 많을 것으로 보여 그야말로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0년 말 198만t을 기록한 국산 인쇄용지 판매량은 매년 가파른 감소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말 173만t까지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4년 사이 12% 가까이 줄어든 것. 반면 수입지는 같은 기간 17만t에서 25만t으로 47.1%나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체 인쇄용지 시장 규모는 2010년 215만t에서 2014년 199만t으로 7.4% 감소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인쇄용지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과 디지털미디어의 확산으로 인쇄용지 수요가 잠식당하는 상황에서 수입지까지 늘고 있어 국내 인쇄용지 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형국”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는 경기불황 장기화와 맞물려 세계 인쇄용지 시장이 공급과잉을 겪게 되자 다국적 인쇄용지 생산업체들이 수출 확대에 나서면서 국내시장도 타깃이 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MFC지(교과서 인쇄용지)를 비롯한 아트지 수입량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주로 핀란드·중국·일본산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아트지 수입량을 국가별로 보면 지난해 일본산은 3만4952t으로 2010년에 비해 180.7%, 핀란드산은 2만9354t으로 1345.3%, 중국산은 2만6040t으로 93.9%가 증가했다.
게다가 한·중 FTA 발효가 제지업계에 긍정적 영향은 커녕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더 커 인쇄용지 업계의 고민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류 수입관세가 2004년부터 이미 ‘제로(무세)’인데 반해 중국은 이번 한·중 FTA 협상에서도 기존의 세율(평균 5%)을 그대로 유지시킨 데다가 증치세(부가가치세) 17%까지 추가 부담하도록 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중국 수출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오히려 중국 제지업체들이 자국 시장의 공급과잉 문제 해결을 위해 수출에 적극 나서면, 중국산 종이제품의 국내 유입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업계는 걱정하고 있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수입지 증가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업계 전체의 공동 대응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민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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