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에 좋은 계절이다. 한낮에는 25℃를 웃돌며 초여름 날씨를 보이고 있지만 아침·저녁에는 15℃ 안팎으로 선선하다.
걷기는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으로 우리 몸의 100개 넘는 근육을 움직여 긴장을 풀어주고 근육을 골고루 발달시켜 준다. 의성(醫聖)이라는 히포크라테스도 ‘걷기는 인간에게 가장 좋은 약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걷기는 특별한 기구가 필요없고 언제 어디서나 할 수있는 간편한 운동이지만 10명중 6명이상이 걷기운동을 하지 않는다.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걷기 실천율은 38.2%에 그쳤다.
걷기는 제대로 걸으면 약(藥)이지만 잘못 걸으면 어깨, 목, 무릎, 허리에 통증을 유발할 수있다. 일본 걷기운동의 최고전문가인 유아사 가게모토 박사(추쿄대 체육학과 교수)는 ‘증상별 4주 걷기 프로그램’(안테나 출간)이라는 책에서 “고혈압, 당뇨, 골다공증, 불면증 등 현대인의 만성질환이라고 할 수있는 갖가지 증상을 예방하고 다스리고 싶다면, 증상에 따라 알맞은 강도와 시간대를 골라 걸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걷기가 운동으로서 효과를 거두려면 ‘걷기자세가 잘못되었는가?’‘앓고 있거나 예방이 필요한 질환이 있는가?’를 먼저 체크해야 한다고 가게모토 박사는 강조한다.
걷기는 산책하듯이 천천히 걸으면 운동이 안된다. 올바른 자세로 파워워킹을 해야 한다. 걸을 때는 먼곳을 바라보듯이 고개를 곧게 세우고 걷는다. 대부분 걸을때 고개를 앞으로 숙인 거북목 자세로 걷게 되는데 목에 큰 부담을 준다. 머리 무게는 약 5kg으로 고개를 앞으로 숙이면 20kg이상의 무게가 목에 가해진다. 이 정도의 중량이 끊임없이 목에 압박을 가하게 되면 당연히 목에 통증을 유발할 수있다. 걸을 때 배를 내밀고 상반신을 젖힌채 파워워킹을 하는 것도 좋지 않다. 배를 집어넣고 등을 편채로 걷는다. 상반신 무게는 체중의 약 60%로 서 있거나 걸을때 이 무게가 고스란히 허리를 짓누른다. 상체를 뒤로 젖히면 허리에 체중의 2~3배가 가해지고, 이 자세로 계속 움직이게 되면 허리를 다칠 수있다.
착지는 발꿈치-발바닥(아치부분)-발가락 순으로 해야 한다. 그 이유는 워킹할 때 착지순간에 체중의 1.5배가 발에 실리기 때문에 발꿈치부터 착지하면 앞으로 넘어지지 않고 발의 부상을 막을 수있다. 파워워킹을 할때는 평소보다 보폭을 키워야 한다. 보폭이 넓어지면 전신을 이동시키는 힘이 세져 운동량이 증가한다. 보폭을 넓히는 올바른 방법은 고관절을 중심으로 다리를 앞쪽으로 크게 움직이는 것이다. 신발은 평지를 1~2시간 걷는 가벼운 코스라면 일반 운동화나 워킹화를 신어도 큰 문제가 없지만, 경사진 코스가 있거나 등산을 겸한 여행이라면 운동화나 워킹화보다는 경등산화가 적절하다.
걷기로 운동효과를 얻으려면 운동량이 일정 수준이상이어야 한다. 또한 많은 걸음걸이(보행수)보다 보폭을 넓혀 빨리 걸어야 운동효과가 크다. 운동량(Exercise)은 운동강도와 시간을 곱한 값이다. 보통 하루 운동량은 보통 속도로 20분동안 걷거나 강도가 센 조깅으로 10분간 하는 것이다. 워킹강도는 맥박으로 측정(엄지손가락 아래쪽 손목에 손가락을대고 잼)할 수있는데, 10초간 맥박수에 6을 곱해 1분간의 맥박을 구할 수있다. 맥박수에 따른 워킹의 표준강도는 30대까지는 1분간 135회, 40대는 125회, 60대부터는 120회이다. 호흡으로도 워킹강도를 파악할 수있는데, 조금 편하면 운동강도는 60%(최대 근력의 60%라고 추정), 조금 힘들면 70%, 힘들면 80%, 매우 힘들면 90%, 가장 힘들면 100%라고 볼 수있다.
유아사 가게모토 박사(‘증상별 4주 걷기 프로그램’저자)는“평지를 걸을 때는 빠른 속도로 걷는다고 해도 최대 근력의 20%밖에 힘을 내지 않았다”며 “인체 근육은 최대 근력 50%이상의 힘으로 운동하지 않으면 강화할 수없다”고 지적한다. 인체근육은 크게 속근섬유(백근세포)와 지근섬유(적근세포)로 구성돼 있다. 속근섬유는 순간적으로 큰 힘을 낼 수있지만 곧 피로해져 장시간 활동을 할 수없다. 지근섬유는 작은 힘밖에 낼 수없지만 좀처럼 지치지 않아 오랫동안 걸을 수있다. 산책과 등산때 몇시간동안 쉬지않고 걸을 수있는 이유는 지근섬유가 활동하기 때문이다. 거의 뛸듯이 걷는 경우에는 속근섬유가 움직인다. 속근섬유는 30대부터 급속히 쇠약해지는 반면, 지근섬유는 서서히 노화가 진행된다. 근육의 노화를 예방하려면‘조금 느린속도로 오랜시간 걷는 워킹’과 ‘조금 빠른 속도로 짧게 걷는 워킹’을 번갈아가면서 실시해야 한다.
걷기는 하루중 시간대별로 효과가 다르다. 또한 현재 앓고 있는 질환에 따라 걷기시간을 달리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협심증이나 류마티스관절염, 천식,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은 이른 아침 시간대에 운동을 하면 증상을 악화시킬 수있다.
하루중에서 운동하기 가장 좋은 시간대는 오후다. 오후에는 자율신경중 교감신경이 활발히 활동할 수있도록 돕는다. 특히 정오부터 오후 6시사이에 그 활동이 왕성하다. 오후에는 좀처럼 질병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지만 늦은 밤부터 이른 아침까지는 뇌경색이 일어나기 쉽고 이른 아침부터 정오까지는 심근경색 증상이 잘 발생한다.
밤에 하는 워킹은 몸이 후끈해질 정도로 하는 것이 적절하다. 체온이 오르면 숙면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된다. 체온이 높은 상태에서는 잠들기 어렵고 잠이 들어도 숙면을 취하거나 수면상태를 유지하기 어렵다. 그러나 후끈 달아오른 체온이 내려가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졸음이 몰려와 쉽사리 깊은 잠에 빠져든다. 수면전 워킹은 걸을때 팔을 조금 크게 흔들고 보폭도 넓혀주는 게 좋다.
대사증후군이 있으면 아침식사후 오전 8~10시 또는 저녁식사후 오후 6~9시, 15분이상 최대 근력의 60%로 걸어야 복부지방이 가장 활발하게 연소된다. 지방은 워킹을 시작하고 10~15분이 지나고 나서 활발히 연소되기 시작한다. 고혈압 환자는 심장과 혈관에 부담을 주지 않는 오전 10~오후 9시사이에 몸이 가장 편안한 자세로 자연을 느낄 수있는 공원이나 숲길을 따라 30분이상 걷는다. 아른 아침이나 늦은 밤은 혈압을 높일 수있어 피해야 한다.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가 높은 고지혈증 환자는 식후 1시간 뒤에 최대 근력의 50%(호흡이 힘들지 않을 정도)강도로 15분이상, 가능하다면 30분이상 걷는다. 가능하다면 식사를 마칠 때마다 걷는 게 좋다. 당뇨병 환자는 식후 고혈당을 억제하기 위해 식후 30분~2시간 사이에 걷는 게 가장 좋다. 당뇨환자가 걷기에 적합하지 않은 시간대는 공복시, 이른 아침, 아침식사전, 심야다. 포도당을 충분히 사용하려면 호흡이 힘들지 않은 정도의 빠른 워킹을 30분간 실시한다.
통풍환자는 발작이 일어나기 쉬운 이른 아침과 늦은 밤을 피해서 호흡이 힘들지 않을 정도의 빠르기로 15~30분간 걷는다. 통풍은 혈액속에 요산이 대량으로 쌓이면서 생기는 만큼 걷기로 혈액순환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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