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사들이 글로벌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개발 과정에서 핵심인 비임상이나 임상을 맡는 국내 임상시험수탁기관(CRO) 기관들은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약을 개발할 때는 효능 뿐 아니라 안전성, 독성 등 인체에 유해한지 확인하기 위해 동물에게 수행하는 시험인 비임상(전임상)과 사람에게 수행하는 시험인 임상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과하기 위해 제약·바이오업체는 CRO(임상시험수탁기관) 기관에 의존한다. CRO란 비임상, 임상 시험을 대신 맡아 진행하는 업체를 말하는데, 신약 개발 산업 기반이 튼튼하려면 이런 CRO 기업들의 기반 확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 CRO 업체들의 입지는 해외 업체에 밀려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있다. 보건복지부 산하 임상시험산업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계 CRO 15개사는 총 매출 1892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국내 CRO 기업 20곳의 매출은 950억원에 그쳤다. 60% 이상의 매출을 외국계 CRO가 올리고 있는 것이다.
안전성평가연구소에서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이같은 경향은 뚜렷하다. 설문에 응한 제약·바이오 업체 총 119기관 중 70% 이상이 비임상을 진행할 때 해외 CRO 업체를 이용한다고 답했다. 특히 비임상 과정에서 50% 이상을 해외 CRO에 일임하는 경우도 15%에 달했다.
이렇게 해외 CRO 편중 현상이 일어나는 대표적 이유는 국내 CRO 기업들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부족하다는 인식이 크게 자리잡혀 있기 때문이다. 안전성평가연구소 설문조사에 따르면 해외 CRO 기관을 이용하는 이유로 해외진출국가 인허가 용이성이 80%에 달했다. 한 바이오업체 관계자는 “기반 시설은 국내와 해외 CRO 업체가 큰 차이가 없지만 해외 기반 네트워크와 특정 비임상 기술을 가진 전문인력은 노하우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며 “해외로 진출하려면 네트워크와 기술력을 갖춘 해외 CRO를 쓰는 것이 처음 비용이 더 들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이득”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국내 CRO 업체들은 “해외 CRO 기업들 네트워크가 더 갖춰져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국내 CRO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여지조차 주지 않는게 더
[김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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