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별 거 아닌 말에도 얼굴이 쉽게 화끈거려서 왜 자꾸 화를 내냐는 말을 많이 들어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심해지는 느낌이에요. 특히 겨울에는 날씨가 추워서인지 엄청 빨개지는데 사람들이 낮술 했냐고 물어볼 정도에요”
기온이 뚝 떨어지고 찬 바람이 피부를 두드리는 요즘, 실내 외의 온도 차가 커지면서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안면홍조 증상을 호소하는 여성이 많아졌다. 안면홍조는 주로 호르몬 변화에 의해 생기는데 실제 폐경기 여성의 80%가 안면홍조를 겪고 있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안면홍조를 노화로 인한 폐경 증상으로만 치부하는데, 안면홍조는 단순한 증상에서 그치지 않고 우울감을 악화시키거나 심혈관 질환의 전조 증상일 수도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 특히, 조기 폐경의 평균 나이가 33.2세로 점점 빨라지고 있는데 월경 이상과 함께 안면 홍조 증상이 나타나는 30대 여성이라면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안면홍조는 폐경기 여성을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증상이다. 올해 대한폐경학회가 우리나라 만 45~65세 여성 2330명을 대상으로 폐경 증상 및 호르몬 치료에 대한 인식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3명 중 1명이 페경 증상 중 가장 견디기 어려운 증상으로 안면홍조(33.1%)를 꼽아 불면증(15.1%), 관절 근육통(9.2%), 질 건조(8.3%) 증상에 크게 앞섰다.
안면홍조는 단순히 얼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일시적이고 반복적으로 얼굴, 목, 상체에 열감을 느끼며 발한이나 가슴 두근거림, 불쾌감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안면홍조가 수면 중에 발생하면 덥거나 땀을 흘려 깨는 경우가 있고, 이로 인해 만성적인 수면장애나 피로가 생길 수 있다. 또한 심한 경우 사회적 무력감, 자신감의 상실, 대인기피증과 함께 이성적인 판단이 어려워지는 경우도 있고 정신과 지병 중 사회공포증으로 이어질 확률 또한 10%에 달한다. 따라서 안면홍조가 나타나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최근에 개발된 티섹(TSEC·Tissue Selective Estrogen Complex·조직 선택적 에스트로겐 복합체) 계열 약물은 프로게스틴을 사용하지 않아 유방과 자궁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안면홍조와 같은 폐경 증상을 효과적으로 개선시킨다. TSEC 계열 약물을 복용하면 최소 3주차부터 안면홍조 발생빈도 및 중증도가 감소되기 시작해, 투여한 지 12주가 지나면 4명 중 3명은 50% 이상의 중등도 및 중증의 안면홍조 횟수 감소 및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
안면홍조는 또 심혈관 질환의 전조 증상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계속 발표되고 있어 주목해야 한다. 지난 달 북미폐경학회(North American Menopause Society·NAMS)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하루에 안면홍조를 12번 이상 경험한 50대 여성들은 하루 4번 이하 경험한 여성들에 비해 심혈관 질환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연구에서도 안면홍조와 야간발한을 종종 경험했다고 답한 여성의 경우 증상이 없다고 답한 여성에 비해 약 두 배 가량 높은 CHD(Coronary Heart Disease·관상심장질환) 발생률을 보였다. 게다가 안면홍조를 자주 겪는 여성들은 혈관 벽이나 심장 벽이 정상 수치보다 두꺼운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현상은 동맥경화와 같은 치명적인 질병을 초래하기도 한다.
이러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문의들은 안면홍조가 지속되면 빠른 시일 내에 전문의에게 상담을 받고 심혈관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한다.
대한폐경학회 이병석 회장은 “안면홍조는 폐경 여성들이 가장
[김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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