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는 지치지 않는다. 그리고 지난해 10월보다 훨씬 강력해졌다.”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이세돌 9단과 자사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국을 하루 앞둔 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이 자리에는 이세돌 9단이 함께 했다. 에릭 슈미트 알파벳(구글 지주회사) 회장도 깜짝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하사비스 CEO는 “지난해 10월 알파고가 판후이 2단(유럽 바둑챔피언)을 꺾은 뒤, 지속적인 알고리즘 업그레이드를 진행했다”며 “자가 학습으로 더 많은 데이터를 생성했고, 이를 토대로 실력이 향상됐다”고 말했다.
알파고는 판후이 대국과 동일한 컴퓨팅 능력을 가지고 출전한다. 컴퓨팅 능력이 더해질수록 알파고의 핵심 능력인 ‘몬테카를로 트리’ 검색이 떨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국에는 싱글 버전보다 향상된 분산 버전 알파고가 참여한다. 프로그래밍에 많은 시간이 걸려 대국이 끝날 때마다 새로운 법칙을 추가로 프로그래밍하지는 않는다.
하사비스 CEO는 “알파고는 사람과 달리 피로하지 않고 겁도 없다”며 “인간 바둑기사가 이세돌 9단을 상대한다면 긴장하겠지만 알파고는 그럴 가능성이 없단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약점을 묻는 질문에는 오히려 “이번 대국에서 우리가 알지 못했던 알파고의 약점을 새롭게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알파고의 학습 능력이 한계에 달한 적이 없었다”고 답했다.
이세돌 9단은 “수를 읽는 것 외 상대방의 기운, 기세를 살피면서 두는 게 바둑인데, 알파고와 대국은 생소하고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9단은 “기술 발전에 따른 세상의 변화를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이번 대국에서 바둑의 낭만과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지켜내겠다”며 여전히 승리를 확신했다.
하사비스는 인공지능을 게임을 넘어서 인류를 위한 더 큰 일에 쓰겠다는 구글의 목표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이것을 인공범용지능(AGI·Artificial Global Intelligence)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인간과 기계의 우열이라는 관심사를 넘어, 컴퓨터를 인간 생활의 발전을 위해서 이용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이번 대국에서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GI 개발자로서 의료보건 분야가 가장 관심이 간다. 의료진이 기계학습과 AI를 활용하면 더욱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릭 슈미트 회장도 “이번 대국의 결과와 상관없이 승자는 인류”라며 “인공지능과 기계학습이 발전할 때마다 인간 한명, 한명이 똑똑해지고 유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960년대에 이번 대국과 같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지만 30여년간 인공지능 영역은 혹한기였다”면서 “지난 10년간 새로운 알고리즘과 더 빠른 컴퓨팅이 등장해 인력과 비용을 투입하면서 이 분야가 아주 큰 발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특히 “알파고를 개발해낸 구글 딥마인드가 불가능할거라 생각했던 일을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슈미트 회장은 일정을 공개하지 않은 가운데 8일 열린 갈라디너 행사에 하사비스 CEO 등 구글 임원진과 함께 참석했다.
구글은 지난 2014년 영국의 딥러닝 개발회사인 ‘딥마인드테크놀러지’를 인수했다. 이후 사명은 구글 딥마인드로 바뀌었다.
[이경진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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