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한국에 입국한 아랍에미리트 국적의 여성 M(21)씨가 13일 메르스 의심 진단을 받아 국립중앙의료원(NMC)으로 이송됐으나 다행히 음성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의심환자가 격리조치 요구를 거부하고 무단으로 이탈해 약 4시간 동안 방역당국의 관리에서 벗어나는 일이 빚어졌다. 지난해 5월 메르스 사태 발생이후 보건당국이 감염병 방역체제 개선을 추진해 왔지만 여전히 곳곳에 구멍이 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M씨는 이날 오전 1시30분께 고열과 기침, 인후통 증상을 호소하며 강북삼성병원을 찾았다. 강북삼성병원 예진실에서 체온을 측정한 결과 열이 38.7도에 달해 메르스 의심환자로 분류됐다. 오전 1시40분께 의료진은 메르스 핫라인(109)에 신고하고 격리 조치를 시도했으나, 환자와 보호자는 이를 거부하고 오전 3시30분께 자신의 승용차로 병원을 무단이탈한후 귀가했다. 강북삼성병원은 환자와 보호자에게 수 차례 격리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고 오전 2시54분께 응급실 외부에 음압 에어텐트를 설치했지만, 보안요원이 의료진을 부르러 간 사이 숙소인 서울 중구 소재 호텔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는 경찰과 공조해 이날 오전 6시께 M씨 일행이 숙소인 서울 중구소재 호텔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9시 40분께 국립중앙의료원(NMC)으로 이송했다. M씨에 대해 정밀 검사를 실시한 방역당국은 이날 오후 5시경 최종 음성판정을 내렸다.
이날 메르스 의심환자에 대한 병원과 방역당국의 초기 대응은 매뉴얼 원칙에 따라 이뤄졌다. 강북삼성병원 예진실에서 즉시 의심환자로 분류했기 때문에 응급실의 다른 환자와 접촉하지 않았고, 예진실에 있던 직원들은 메르스 검사후 격리됐다. 환자가 병원을 떠난 후 결과가 나올 때까지 강북삼성 응급실은 신규환자의 출입을 제한했다.
병원 측은 “의심환자를 설득하여 본인의 자동차에서 구급차로 옮겨 대기시키고, 그 사이 응급실 밖에 가로 3m, 세로 5m크기의 음압병실(텐트)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음압병실은 법적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강북삼성병원은 응급실에 음압병실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
강북삼성병원은 또 환자가 찾아온 지 10분만에 의료진 메르스 핫라인을 통해 신고했고, 관할 보건소인 종로구와 환자 숙소가 있는 중구 보건소 직원들도 순차적으로 연락을 받았다고 확인했다.
문제는 강북삼성병원이 M씨가 메르스 의심 환자인 줄 뻔히 알면서도 놓쳤다는 점이다. 매뉴얼에는 의심 환자가 병원을 떠나지 않도록 위치를 고수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2시54분경 의료진에 의해 응급실 밖에 설치된 음압 에어텐트에 격리됐던 M씨는 약 30분후 숙소로 돌아가겠다며 이탈해 자신의 차에 탑승했고, 보안요원이 이 상황을 의료진에 보고하러 간 사이에 차로 병원을 빠져나갔다.
병원 측은 환자가 거부할 경우 강제적으로 격리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강북삼성병원 관계자는 “M씨는 외국인 여성, 특히 아랍여성이어서 물리적으로 귀가를 막을 경우 외교적으로 비화할 우려가 있어 어떻게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응급실을 퇴원할 때 국내환자는 환자본인 자필서명이 필요하지만 외국인의 경우 특별히 제재조치를 취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외국인이 아닌 내국인이었더라도 본인이 거부하면 강제 격리할 수 없다는 것이 병원측 입장이다. 의심 환자의 검체는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으로 보내지고 유전자 검사를 통해 양성 및 음성 여부를 판정한다. 정확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5~6시간 정도 소요된다. 감염 확산을 원천적으로 막으려면 이 시간동안 환자를 격리해야 하는데, 일선 의료 현장에선 불가능에 가깝다는 얘기다. 작년 메르스 사태 때도 메르스환자와 접촉한 뒤 자가 격리 대상자로 지정된 50대 여성이 자택을 무단 이탈했지만, 수 개월이 지나서야 3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질본의 안이한 대처도 드러났다. 의심 환자 숙소에서 부수물을 수거하던 질본 관계자들이 의심환자가 남긴 부수물들을 수거해 옮기는 과정에서 개인보호장비를 전혀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강북삼성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보호구를 착용한 상태에서 자신의 차에 있던 의심환자에게 진료 및 격리에 대해 설명했다. 경찰들도 의심환자의 숙소에 진입하기 전 보호장비를 착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국립중앙의료원을 신종 감염병 환자를 전담 진료·치료하는 ‘중앙 감염병 병원’으로 지정하고 감염병 위기 때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고 이날 밝혔다. 중앙 감염병 병원에는 에볼라 등 최고위험 감염병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 신찬옥 기자 /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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