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발상의 전환을 통해 내놓은 무풍 에어콘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올해 국내에만 출시했는데도 큰 인기를 끌면서 올해 소비자가전(CE) 부문의 사상 최대 영업이익 달성에 견인차가 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 추세를 선진 시장인 유럽에서도 이어가기 위해 내년 1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에어컨 전문 판매 법인을 출범시킨다.
지난달 3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까지 20만대 판매를 돌파한 삼성전자의 무풍에어콘은 연말까지 23만대가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에어콘 단일 브랜드로는 기록적인 판매량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여름 폭염 등으로 주문이 밀려든 탓에 에어컨 생산라인을 기존보다 4주 연장해 18주 동안 가동하기도 했다.
이 제품의 기획 개발 단계에는 기존에 아이디어를 뒤집는 역발상이 적용됐다. 무풍 에어콘의 개발은 차가운 바람을 내보내는 냉방 기기라는 고정관념을 뒤집는 것부터 출발했다. 삼성전자는 소비자들의 에어컨 사용 시간은 점점 증가하지만 그 시간 중 실제로 강력하고 차가운 바람이 필요한 시간은 길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무풍에어콘은 직경 1mm인 13만5000개의 미세한 구멍(마이크로홀)에서 공기 입자가 흘러나온다. 그 속도는 0.15m/s 이하의 느린 속도로 찬 바람을 느끼지 못할 정도가 된 것이다.
무풍에어컨 연구개발에는 5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마이크로홀에서 빠져 나온 작은 물방울들이 다시 이슬이 되어 맺히는 결로 현상을 해결하지 못해 상품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냉기를 더 오래 머금게 해주는 금속 재질의 메탈쿨링 패널을 이용했고, 각종 송풍 장치 등을 고안해 결로 현상을 해결했다.
마지막으로 소비전력이 또 다른 난제로 남았다. 개발팀은 결국 바깥 공기가 들어왔다가 나가는 통로를 최대한 짧게 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그 결과 다른 1등급 에어컨 대비 전력량을 65%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는 무풍에어콘을 내놓으면서 가장 비싼 제품에 붙이는 ‘9’ 시리즈의 제품명을 부여했다. 무풍에어컨 ‘Q9500’은 냉방면적 52.8㎡, 58.5㎡, 81.8㎡ 3가지 용량의 총 7모델로 출고가는 벽걸이 에어컨 1대가 포함된 홈멀티 세트 기준 299만~579만원대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도 국내 전체 에어콘 시장에 10%를 차지할 만큼 많이 팔린 제품으로 기록됐다. 프리미엄 가전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은 셈이다.
삼성전자는 이런 성장세를 선진시장에서도 이어가기 위해 유럽 지역 17개국에 산재해 있던 에어컨 판매 조직을 통합해 생활가전 사업부 산하 별도 법인으로 내년 1월 공식 출범시킬 계획이다. 유럽은 중국에 이어 두번째로 큰 에어컨 시장이다. 유럽시장은 올해 36억 달러(약 4조 1097억원)에서 2020년 42억 달러(약 4조 5664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별도 법인 운영을 통해 전문 유통점을 개척하고 현지 맞춤형 상품 기획과 기술 지원 서비스 강화에 나선다.
삼성전자 CE부문은 이밖에도 최근 소비자들의 요구를 채용한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셰프들의 아이디어를 넣은 미세정온기술로 셰프컬렉션 냉장고를 만들었고 세탁기에 세제나 빨래를 항시 추가할 수 있게 만든 애드워시 드럼세탁기 등도 히트를 쳤다. 삼성전자 생활가전 사업부는 최근 빌트인 가전과 시스템에어컨으로 대표되는 B2B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삼성전자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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