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은 26일 제주도청에서 열린 청문에서 "제주도가 한중 FTA 투자자 보호를 위반했다"고 반격에 나섰다.
녹지병원 측은 법률 대리인(법무법인 태평양) 등 5명이 참석해 "도가 개원허가를 장기간 지연해 오다 예상에도 없이 외국인으로 한정한 조건부 허가 처분을 내 한·중FTA 투자협정으로 보호받고 있는 '투자자의 정당한 기대'를 저버렸다"면서 "녹지가 손실보상을 받아야한다"고 반론했다. 한·중FTA(자유무역협정) 제12장 5조에는 '투자유치국의 변경된 정책이 투자자의 정당한 기대를 저버린다면 그로 인한 손실을 보상하는 것이 공정하고 공평하다'고 적시돼 있다. 녹지제주는 2017년 8월 도에 녹지병원 개설허가 신청을 냈지만, 도는 1년 4개월이 지난 지난해 12월 5일 외국인만 진료를 허용하는 조건부 개설허가를 했다.
녹지병원 측 법률 대리인은 이날 배포한 의견서에서 "녹지병원 투자는 도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의 강요에 따라 추진됐고 도와 정부가 수년간 녹지병원 운영의 정당한 기대를 부여했다"고 주장했다. JDC는 2013~14년 녹지그룹이 추진하는 헬스케어타운 2단계 개발사업에 '의료시설 개설'을 포함할 것을 요구하며 토지매매계약 체결을 1년 7개월 이상 미뤘다는 것이다. 녹지 측은 "녹지그룹은 이전에 아무런 의료시설 운영 경험이 없던 데다가 애초부터 의료기관 개설을 생각하지도 않았으나 당시 JDC가 워낙 강경하게 의료기관 개설을 요구하면서 2단계 토지매매계약 체결을 지연해 녹지 측이 어쩔 수 없이 의료기관을 개설하기로 JDC와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2014년 도와 JDC가 '도민에게 의료보험 적용', '도민 입장의 의료서비스 제공', '서귀포시 지역 산부인과의 신설' 등을 홍보하며 녹지에 내국인에 대한 양질의 진료를 적극적으로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녹지 측은 "도와 JDC의 요구에 따라 총 778억원을 들여 녹지병원 건물을 준공하고 2017년 8월 도에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를 신청할 당시 당장 진료를 시작할 수 있을 정도의 모든 시설과 장비, 인력확보를 완료했다"며 "그러나 병원 개설허가가 1년 4개월가량 미뤄져 8억 5000만원의 순손실이 발생한 상태에서 애초 예상에도 없던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으로 이에 대한 불복소송을 진행하고 있어 개원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개원 지연에는 정당한 사유가 존재한다고 반론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의 법률 대리인(법무법인 우리)과 관련 공무원 5명은 "도의 조건부 허가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개설허가 이후 이뤄진 의료법위반 행위가 더 중요한 문제"라며 "의료법상 병원 개원 허가 이후 3개월(90일)이내 개원을 해야 하는데 정당한 사유없이 이를 거부해 청문 처분이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도 측은 또 "병원 개원 허가가 지연된 것은 관련 법률과 숙의민주주의 조례에 따른 절차를 이행해야 했기 때문"이라며 "도의 입장에서 이미 개설허가가 이뤄졌고 대부분 영업 행위가 의료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겠다는 당사자(녹지제주)의 의사에 맞춰 허가가 이뤄졌음에도 내국인 진료를 제한했다는 이유만으로 일방적으로 개설허가를 거부하는 것은 정당하지
이날 청문은 오재영 변호사가 주재했으며 제주도와 녹지병원 양측의 입장을 들었다. 녹지병원 개설허가 취소여부는 이르면 이번주 또는 내달초 결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법리다툼이 길어져 청문주재자가 청문을 추가로 실시할 경우 내달말쯤 결론이 날 수도 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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