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가 남매의 난이 말 그대로 점입가경입니다.
가족 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져서 결국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데요.
경제부 조성진 기자와 뉴스 추적해보겠습니다.
【 질문 1 】
조기자. 조원태 회장이 3세 경영에 나선지 8개월 밖에 안 됐는데 이런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보면 경영권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반증 아닌가요?
【 기자 】
조원태 회장은 지난 4월에 회장으로 취임했는데요.
조 회장이 경영권을 갖게 되는지에 대해선 명확하게 정리가 되진 않았죠.
이를 의식한 듯 조 회장도 취임 2개월 만에 처음 공식석상에 나와 경영권에 대해 얘기를 했습니다.
▶ 인터뷰 : 조원태 / 한진 회장(지난 6월)
- "(故 조양호 전 회장께서 평소에) 가족 간에 화합해서 회사를 지키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라는 것을 항상 말씀하셨습니다. 합의가 완료됐다고 말씀은 못 드리지만, 지금 아주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조 회장은 아들인 본인이 경영권을 가지고 간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주면서 가족과 주주들에게 신임을 얻고 싶었던 거 같습니다.
【 질문 2 】
이때까지는 한진가 남매들 사이에 별다른 움직임 없었죠.
근데 조 회장이 경영권을 언급한지, 6개월만인 지난 23일 조현아 전 부사장이 "공동경영하라는 선친 유훈을 어겼다"며 돌연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문제삼았어요?
【 기자 】
항공업계는 지난달 한진그룹 인사에 원인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진은 항공업황 부진에 따른 비상경영 일환으로 기존 회장을 포함한 임원 규모를 108명에서 79명으로 27% 줄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조 전 부사장은 물론 그의 측근까지도 대거 배제된 겁니다.
조 전 부사장의 측근 자리는 조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임원들이 채웠습니다.
그룹 내 영향력이 줄어들게 된 조 전 부사장이 더 늦기 전에 경영 복귀를 위한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해석이 많습니다.
【 질문 3 】
그런데 다급한 조 회장이 모친을 찾아가 누나인 조 전 부사장의 불만을 잠재워달라고 부탁했는데, 그게 잘 안돼 소동이 일어난 것 같아요.
지분율로 봐도 이 고문이 캐스팅보트를 쥐는 형국이라 조 회장 입장에선 이 고문의 지지 필요한 상황이죠?
【 기자 】
현재 한진칼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28.94%인데요.
조원태 회장(6.52%)과 조현아 전 부사장(6.49%)의 지분율은 엇비슷합니다.
조현민 전무와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은 각각 6.47%, 5.3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요.
결국, 모친이 어느 한쪽의 편을 들면 기존 경영 체제에 균열이 갈 수 있는 상황인 겁니다.
만약 조현아 측의 편을 들면 조 회장의 경영권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죠.
최근 조 전 부사장과 모친이 외국인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 등으로 함께 재판을 받으면서 사이가 돈독해졌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당시 재판에서 모친은 조 전 부사장을 껴안으며 "엄마가 잘못해서 미안해, 수고했어"라고 말하기도 했죠.
【 질문 4 】
이번 사건이 조 회장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던데요.
【 기자 】
네. 이번 사건은 기물 파손을 동반한 존속상해사건이기 때문에 고소 없이 경찰이 인지수사를 할 수 있습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서면 경영권을 방어하려는 조 회장에게는 불리하게 되는 거죠.
▶ 인터뷰 : 김민호 / 변호사
- "특수상해나 존속상해는 단순 폭행이나 존속폭행 같은 반의사불벌죄가 아닙니다. 따라서 피해자인 당사자 고소 없이 인지수사가 가능합니다."
재계 일각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에게 '반기'를 들기 전에 모친과 교감을 나눴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데요.
이게 사실이라면 가족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 앵커멘트 】
조원태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입니다. 그래서 3월 주초 표대결이 주목받게 되는데요. 그만 가족망신 시키고, 회사경영이나 잘 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경제부 조성진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