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이 되기 훨씬 전부터 나의 별명은 ‘메뚜기 유재석’ 이었다. 학창시절, 개그맨의 꿈을 꾼 건 아니었다. 하지만 해맑게 웃으며 철딱서니 캐릭터를 연기하는 TV 속 유재석을 보면서 생각했다. ‘저 사람, 참 닮고 싶다’라고.”
인터뷰 전 우연히 길에서 마주쳤던 것이 그와의 첫 만남. 그는 옆에 있던 동료 기자와 친분이 있는 듯 먼저 고개를 숙여 예의바르게 인사했다. 잠깐의 대화였지만 유쾌한 웃음과 순수한 미소가 기억에 남았다. 그 자리에서 인터뷰를 요청했고 그는 역시 환한 미소로 ‘오케이!’을 외쳤다.
카페 문을 들어서는 그에게서 첫 만남의 풋풋함이 또다시 느껴졌다. 가까이서 보니 영락없는 유재석. 그의 외모는 ‘메뚜기’ 동생 ‘사마귀’로 불리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가 유재석을 닮은 것은 비단 외모뿐이 아니다. 차분한 말과 함께 중간 중간에 이어지는 위트 넘치는 멘트, 공손한 태도 뒤에 돌연 발산되는 예능의 끼. ‘혹시 의도된 설정이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그의 눈이 천장으로 향했다. 무언가를 떠올리는 듯 했다.
“아, 친구들끼리 게임을 하면 자연스럽게 진행을 맡고 ‘쿵쿵따’, ‘프라이팬 놀이’ 등을 주도했어요. 어쩔 땐 내가 정말 유재석이 된 것처럼 열정적으로 진행도 하고 친구들이 즐거워하면 덩달아 신이 났죠. 유재석이 나오는 TV를 유난히 자세히 모니터 하고…유쾌한 아이었지만 개그맨이 꿈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생각은 늘 했었죠. ‘나도 유재석처럼 되고 싶다’고.”
2007년 KBS 22기 공채 개그맨으로 입사한 정범균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 개그맨의 끼를 일찌감치 인정받았다. 2년간 군복무를 다녀온 뒤 ‘사마귀 유치원’ 을 선택, 성공적인 복귀를 알렸다.
“사실 꿈만 같아요. 너무 어린 나이에 개그맨이 됐고 당시에는 내 일의 소중함을 몰랐어요. 군복무 2년을 통해 많은 걸 깨달았죠. ‘내가 얼마나 행복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해…특히 ‘유재석 닮은꼴’ 이라는 별명은 굉장히 영광스럽고 행복한 것 같아요. 사실 나는 별 것 아닌데. 그 분은 대한민국 1등 MC, 누구나 함께하고 싶고 닮고 싶은 분이잖아요. 정말 내가 개그맨을 원한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요즘엔 더 (유재석을)닮고 싶어요. 올바른 품성, 넘치는 끼, 주변을 편안하게 해주는 배려심 등을요.”
이제 막 날개를 펴기 시작한 정범균은 흰 도화지 같은 개그맨이다. 누군가의 라인이 될 수도, 누군가를 뛰어 넘는 혹은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캐릭터로 자립할 수도 있다. 복귀 후 그저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그는 ‘유재석’이라는 ‘롤모델’을 갖고 종횡무진 달리고 있다.
“사실 아직까지는 저의 정체성을 찾지 못했어요. 주변에서는 얼굴은 유재석, 성향은 붐이라며 농을 던지기도 해요. 그저 열심히 제가 할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기자 kiki2022@mk.co.kr/사진 팽현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