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예진(29)이 ‘개인의 취향’에 이어 유쾌한 영화로 돌아온다. ‘클래식’ ‘내 머리 속의 지우개’ 같은 영화를 통해 멜로배우로 각인됐던 그녀의 로맨틱 코미디물 행보가 요즘 부쩍 잦다.
“‘작업의 정석’을 통해 망가졌을 때 주변의 반응은 다양했어요. ‘굳이 왜 그런 걸 하느냐’고 말리는 분위기도 있었죠. 저는 대중들이 좋아하는 이미지에 대한 미련이나 두려움 같은 건 없어요. 그래서 소매치기도 할 수 있었고, 확 망가지기도 했고, 이혼녀도 할 수 있었죠.”
화창한 늦가을.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손예진은 “작품을 주로 필(feel)로 결정해왔다”며 털털하게 웃었다.
이번 작품 역시 그랬다. “이런 장르를 비교적 많이 해 눈이 더 높아져 있었는데, 시나리오를 보고 단박에 끌렸다”고 했다. “묘하고 새로웠다. 지문이나 대사도 많지 않았고 잘 만들어진 느낌이었다”는 것이다.
12월에 개봉하는 ‘오싹한 연애’는 귀신을 보는 능력을 지닌 여자 여리(손예진)와 호러 마술사지만 무서운 건 못 참는 남자 조구(이민기)의 목숨을 담보로 한 로맨스를 그린 영화다. 줄기는 멜로지만, 호러과 코믹을 버무렸다. 달달하기만 한 로맨스물과는 괘를 달리 한다.
“막 작정하고 웃기는 영화는 아니에요. 보다보면 ‘풋~’ 하고 웃음이 나오죠. 로맨스 속에서 묘한 조합, 엉뚱한 웃음이 있고 코믹과 멜로, 슬픔도 있죠. 겨울에 연인이랑 보면 평범하게 사랑하는 게 얼마나 행복한가를 알게 해주는 영화죠.(웃음)”
그래도 여배우 입장에서 편한 걸로 치면 선배들과 찍는 영화 쪽이란다. “적어도 제가 총대를 멜 일은 없다”며 배시시 웃는다.
선택할 수 있는 입장에 서 있는 톱여배우지만, 유독 신인감독과의 작업이 많았다. ‘개인의 취향’ 때는 단편 하나 안 찍은 감독이었고, ‘오싹한 연애’ 역시 ‘시실리 2Km’와 ‘두 얼굴의 여친’의 시나리오 작가로 활약해 온 황인호 감독의 데뷔작이다.
손예진은 이 대목에서 “신인 감독 작품이라 아주 잠깐 고민했었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이내 “시나리오가 갖고 있는 매력과 감독님이 직접 썼기 때문에 신뢰가 갔다”는 애정을 곁들였다.
2001년 MBC 드라마 ‘맛있는 청혼’으로 데뷔했으니 10년차를 넘겼다. 고교 3년 때 지금의 김민숙 대표를 만나 한솥밥을 먹으며 가족처럼 의지해왔다. 신예 손예진은 스타덤에 올랐고, 최고의 여배우로 자리매김 했다. 스타들의 1인 기획사 설립이 붐을 이룰 때도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는 그녀다.
“뭔가 더 큰 게 있을 것 같고, 남의 떡이 더 클 것 같다는 생각을 잘 안해요. 한자리에 오래 있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죠. 잘 맞으니까 그런 거죠 뭐.”
재난 영화 ‘타워’ 촬영이 끝나면 내년엔 중국 영화로 해외 시장에 진출한다. “두려움 때문에 놓치는 것은 후회할 일 같아 더 늦기 전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한다.
“최근에 TV에서 ‘푸른소금’과 ‘통증’이란 영화를 봤는데, 그거 보면서 진한 멜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든 배우들이 그렇듯 멜로에 대한 갈증은 항상 있으니까요. 나이가 어릴 때 하는 멜로랑 나이가 좀 든 후에 하는 멜로가 다르잖아요. 왠지 절절한 멜로영화가 막 하고 싶어졌어요.”
스물 아홉의 그녀는 이제, 서 있기만 해도 삶이고 주름마저 연기인 배우가 되어 한 길을 끝까지 가는 삶을 꿈꾸고 있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향희 기자 happy@mk.co.kr/사진=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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