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열 두 달 가운데 희망과 기도, 소원, 약속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달은 크리스마스가 있는 마지막 달이 아닐까. 아이들은 산타에게 소원을 말하며 기도하고, 선물을 받을 희망에 부풀어 있다. 산타와 암묵적인 약속을 했다며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산타를 믿지 않는 일부 아이들도 선물을 바라는 마음은 마찬가지다.
산타클로스가 아이들에게 선물을 전달하는 이야기를 담은 3D 애니메이션 ‘아더 크리스마스’는 희망과 기대, 소원, 약속이라는 단어로 꽉 채워져 있다. 어린 시절의 동심을 건드리기에 충분하고, 마지막에는 감동까지 받을만한 작품이다.
▲21세기 최첨단 산타? 감동은 첨단이 아니어도 된다
빨간색 복장, 하얀 수염을 가진 덩치 큰 산타가 선물 꾸러미를 들고 굴뚝을 통과하는 모습을 상상했는가. 그 상상을 방해했다면 미안하다. 큰 몸집, 빨간 옷, 수염, 선물이 있는 건 맞지만 2011년 나타난 산타는 조금 다르다.
사슴이 이끄는 썰매가 아닌 최첨단 시설인 ‘에스 원(S1)’을 타고 세계를 누빈다. 160만 요정군단들과 산타의 선물 전달 작전은 불가능한 임무를 수행하는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을 생각나게 한다. 물론 배달 계획부터 선물 포장 등 대부분의 일을 다 하는 요정들과는 달리 선물을 지정된 장소에 내려놓는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는 산타가 게을러 보여 실망할 수도 있겠다. 또 아버지 산타의 대를 이어 차기 산타를 노리는 첫째 아들의 욕심이 유쾌하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진짜 주인공은 나중에 활약하는 법. 바로 산타 가족의 막내 아더. 형과 아버지가 깜빡하고 배달하지 못한 소녀 그웬의 선물을 전달하기 위한 여정이 가슴 뭉클하다. 눈과 사슴에 거부반응이 있고, 고소 공포증까지 있는 아더는 쉽게 말하면 ‘허당 이승기’가 울고 갈 정도로 어울리지 않는 산타다. 그럼에도 자신의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오로지 하나의 목표, 그웬의 선물을 주기 위해 모험을 하는 아더의 도전이 영화를 보는 맛을 배가한다.
특히 아더가 할아버지 산타와 함께 사슴이 끄는 구시대 썰매를 타고 자전거를 가져다주러 지구를 한 바퀴 도는 모습은 인상 깊게 남지 않을 수 없다. 한 아이의 예외도 없이 모두가 행복한 크리스마스가 되길 바라는 아더의 마음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세계 20억명 어린이들에게 선물은 어떻게 배달하지?
‘아더 크리스마스’는 ‘산타는 어떻게 하룻밤 만에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배달할 수 있을까?’라는 호기심이 원동력이 돼 만들어지는 영화다. 하룻밤 만에 세계 어린이들에게 20억개의 선물을 배달해야 하는 일이라니…. 숨겨진 선물 배달 비법을 보면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진다.
등장인물의 귀여운 그림체는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또 악당 캐릭터가 없음에도 극을 재미있게 이끌어나간 점도 칭찬할 만하다.
극 후반 아더의 얼굴로 떨어진 눈뭉치를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최첨단 시설인 S1의 이름이 뭐로 바뀌는지도 호기심을 갖고 지켜보면 좋을 듯하다. 1달도 채 남지 않은 크리스마스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기에 충분하기 때문.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계절, 동심을 사로잡을 영화가 개봉하는 건 당연하다. 아이들의 코 묻은 돈을 가로채려고 꼼수를 부리는 영화도 있지만, 세심한
‘윌레스와 그로밋’, ‘치킨 런’을 만들어 세계인들을 사로잡은 아드만 스튜디오의 신작으로 입체영상으로 제작됐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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