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로 살아온 지 어느새 12년째인 윤건. 단 하나의 드라마로 연기자 명함을 제대로 달았다. 국민 시트콤인 MBC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하 ‘하이킥3’)에서 미스터리한 음악교사 윤선생으로 분한 그는 매 회 단 몇 초간 스쳐지나가는 가운데서도 미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저기 저 잘 생긴 녀석은 뭐 하는 놈이야?’ 라며 궁금해 하던 이들에게 그의 진가를 톡톡히 보여준 것은 MBC ‘스타 오디션 위대한 탄생2’(이하 ‘위탄2’) 윤상 멘토스쿨 편에 특별 심사위원으로 출연했을 때였다. 당시 윤건은 뮤지션으로서의 전문성을 살린 모습으로 또 한 번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이킥3’를 통해 패셔니스타, 신비주의 뮤지션으로 대변되는 기존 카리스마에 허당 같은 이미지가 더해지니 기존 팬들에게는 재미를, 대중에게는 신선함을 동시에 주는 ‘일타이피’ 효과를 거두고 있다. 시기적으로 보면 ‘하이킥’과 ‘위탄’의 절묘한 크로스 이펙트였다.
“반전 캐릭터죠. 멋있는데 망가지는 것. 그런 면에서 희열을 느끼고, 또 재미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극중 윤건과 실제 윤건의 닮은 점도 물론 있다. “어눌한 듯 하고, 어떻게 보면 똑똑한 것 같은데 어떻게 보면 바보 같고(웃음). 저 스스로도 동감해요. 따뜻한 느낌을 줄 때도 있지만 어떨 땐 차갑다는 얘기도 듣곤 하니까요.”
아직까지 베일에 싸인 정체불명 캐릭터로 인한 이른바 ‘나노급’ 출연 분량에 대한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 같은데도 윤건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시트콤은 분량보다는 임팩트잖아요. 제가 주어졌을 때 얼마나 잘 해내느냐, 잘 보여주느냐가 관건인 것 같아요. 분량은 정말 상관 없어요. ‘하이킥3’에 출연하는 것 자체가 너무 즐겁거든요.”
“늘 같은 자세로 앉아있다”는 그이지만 그리 만만하지만은 않다. 스스로 밀고 있는 특정한 포즈가 있느냐 묻자 “다리는 45도 각도”에 “체중을 받치고 있는 손에는 힘을 주고 또 다른 손에는 커피를 들고, 얼굴은 굉장히 슬픈 표정이어야 한다”며 세세하게 설명한다.
“미스코리아와 비슷하다고 할까요? 얼굴은 웃고 있지만 온 몸에 힘이 들어가 있는, 미스코리아 같은 심정이라고 하면 맞을 것 같네요.(웃음)”
최근 촬영에서 복도 창틀에 앉는 씬을 소화했다는 윤건은 “그날따라 다리가 길어보이게 나왔다”며 좋아했다. “감독님께서 저를 너무 사랑하셨는지, 높은 곳, 잘 보이는 곳에 두셨다 생각해요.”
30일 방송분에서는 윤건이 매일 창틀에 앉아있는 이유가 드디어 공개된다. 스포일러를 부탁하자 “지금까지 해왔던 대사보다 훨씬 많은 분량의 대사를 소화했다”며 빙글빙글 웃는다. 본방 사수를 위해 구체적인 스토리는 남겨두기로 했다.
(아차, 하마터면 또 잊을 뻔 했다. 이 시트콤 속 미친 존재감은 음악계의 미친 존재감, 윤건이었다는 걸.)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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