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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형은 “사실 처음에 반전이 있다는 얘기만 들었다”며 “뭔가를 할 인물인지는 알았지만 진시황 회장(이덕화)을 죽이고 그 자리에 오르며, 허영심이 많아진 뒤 정신병자가 된다는 것은 중간에 대본을 받아보고 알았다”고 밝혔다.
“‘출생의 비밀이 있는 건 아닐까, 여치(정려원)의 언니 일수도 있겠지, 아니면 또 다른 비밀이 있겠다’라고 생각했는데 말씀을 안 해주시더라고요. 나중에 ‘내가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지 않았나?’라고 생각했어요.(웃음) 편하게 던졌으면 또 다른 모습이 나왔을 텐테….”
그는 이런 변화가 있었다면 “솔직히 출연을 할까 말까 고민은 한 번 했을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드라마 ‘아내의 유혹’의 악녀 신애리로 깊은 인상을 남긴 캐릭터와 비슷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모가비가 다양한 심리 패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신애리가 아니라는 것을 확신한 뒤 여유로워졌다”며 “충분히 내가 갖고 놀 수 있는 인물이었던 것 같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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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지만 모가비는 그토록 원하던 최고의 자리에 앉았다. 김서형의 최고의 자리는 어떤 위치일까.
“최고의 자리가 어떤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일단 다양한 역할들을 다 할 수 있는 게 최고의 자리겠죠? 그런데 최고의 자리라기보다 최고의 날이 뭔가를 생각해볼래요. 저는 만족을 잘 못하는 편인데, 그 날이 아직은 안 온 것 같다고 생각해요. 굳이 생각을 해본다면 대상을 받거나 해외 레드카펫을 밟아보는 게 배우로서 최고의 날이 아닐까요.”(웃음)
김서형은 이어 “만약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날이 온다면 엎어질 작품도 할 수 있게 할 것 같다”며 “하지만 지금은 현실적으로 부딪힐 때가 많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아내의 유혹’ 때 가슴 속에 품고 있던 사실을 털어놓았다.
“큰 것을 기대하면 그 뒤에 상처가 큰 것 같아요. 그래서 매 작품, 어떤 것이든 열심히 안 할 수가 없죠. ‘아내의 유혹’은 지난 이야기지만 제가 구은재를 하고 싶다고 해서 그 역할로 캐스팅 됐었어요. 하지만 장서희씨가 3년 만에 하는 작품이었고, 많은 이야기들이 관계자들 사이에서 오갔겠죠. 저를 포기한 게 이해가 돼요. ‘난 왜 이럴까’라는 상처가 크다기보다 ‘그래, 두고 봐라’라는 오기가 생겼고 더 열심히 살 수 있는 기회가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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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형은 류승완 감독의 대작 프로젝트 ‘베를린’에 출연한다. 북한 대사관 직원을 맡은 그는 현재 북한말을 배우고 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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