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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막을 내린 SBS TV 주말극 ‘돈의 화신’은 그간 로빈 후드 검사 행세를 하다 정치에까지 손을 내민 지세광(박상민)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세광은 법정에서 권재규(이기영)의 아들 권혁(도지한)을 살해한 사실과 황해신용금고에서 417억 원을 빼돌려 스위스 은행 비밀계좌에 입금한 일이 모두 들통났다.
모든 혐의가 인정돼 교도소로 이감되려던 세광은 권재규가 쏜 총에 맞아 병원으로 이송되다 탈출을 시도했다. 뒤따라오던 은비령(오윤아)의 도움으로 상처를 치료하고 깨어났으나 차돈을 향한 복수심으로 이성을 잃었다.
세광은 비령을 향해 총을 겨누며 차돈을 유인하게 했고, 또 한 번 전세가 역전되는 듯했다. 하지만 비령은 세광의 총에서 총알 빼냈고, 같이 마신 술에 독약을 탔다. 피를 토하며 쓰려진 세광은 땅에 떨어진 총알을 넣어 차돈을 겨눴지만 힘이 부친 듯 쏘지 못하고 결국 자신에게 방아쇠를 당겼다.
그간의 악행을 참회하는지,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하고 포기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세광은 결국 벌을 받게 됐다.
세광을 비롯해 부동산 재벌 이중만 회장(주현)을 살해하고, 그의 부인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도록 공모한 이들은 모두 비극을 맞게 됐다. 비령도 독약을 마셨고, 방송국 간판 앵커가 된 기자 고호(이승형)는 모든 걸 잃고 노숙자가 됐다. 변호사 황장식(정은표)도 욕심 탓에 이미 죽음에 이르렀다.
‘돈의 화신’은 검찰과 언론, 사업가의 추악한 면을 드러낸 드라마였다. 자신들의 욕망과 탐욕을 위해 사람을 죽이는 것까지 마다치 않았던 이들을 통해 부귀영화는 한순간일 뿐이라는 걸 직시하게 했다.
드라마는 강지환과 박상민의 두뇌 대결이 가장 흥미로웠다. 돈만을 쫓던 차돈이 기억을 되찾고 정신을 차린 뒤 부모를 살해한 세광 일당을 옥죄었고, 이를 알아챈 세광은 또 다른 악행을 끊임없이 이어갔다. 두 사람은 마지막회까지도 엎치락뒤치락하며 드라마를 흥미롭게 이끌어갔다.
‘돈의 화신’이 방송되기 전까지 강지환은 전 소속사 분쟁으로 드라마 외적인 부분으로 관심을 받았지만, 탄탄한 연기력으로 그간의 설움을 풀었다. 박상민 역시 탁월한 악역 연기로 시청자들을 TV로 몰입시켰다.
또한 세광을 사랑해 모든 것을 던져버린 비령과 차돈의 비리 행위가 발각돼 모든 걸 잃게 됐을 때도 의리를 지키며 그의 옆에서 묵묵히 도왔던 양구식(양형욱)과 홍자몽(이지현), 차돈과 연을 맺게 된 사채업자 복화술(김수미), 러브라인을 이어간 복재인(황정음), 사건 해결에 결정적 역할을 한 전지후(최여진), 교도소 신에서 제대로 웃음을 준 박소태(이문식) 등 등장인물 모두를 꼽지 않을 수 없다.
세광의 자살로 차돈의 복수는 끝이 났고 시청자들은 통쾌했을지 모르겠지만, 권력층의 비리가 현실감이 가득해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닐슨코리아 기준으로 전국 일일 시청률 16.8%를 기록했다. 비슷한 시간대에 방송한 KBS 2TV ‘개그콘서트’는 14.9%, MBC TV ‘백년의 유산’은 21.9%로 집계됐다.
후속으로 유준상과 성유리 등이 출연하는 ‘출생의 비밀’이 방송된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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