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여름 시즌이면 어김없이 등장해 극장가를 오싹하게 만들어주었던 한국 공포영화는 최근 눈에 띄게 사라졌다. 더 이상 관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진부한 소재, 10대 타깃에 치중한 안일한 기획 등이 궁극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참신한 기획과 감각적인 연출력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앞서 1998년 개봉한 영화 '여고괴담'은 5번째 시리즈까지 명백을 이어왔다. 지금은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는 학원 공포물이지만 개봉 당시만해도 죽은 여학생의 원혼이 학교에 떠돈다는 섬뜩한 '학교 괴담'을 소재로 사회적 신드롬을 일으켰으며, 마이너 장르였던 한국 공포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2003년 개봉한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은 시골 외딴 집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가족 괴담'을 공포스럽게 그렸다. 음산함을 자아내는 집이라는 고립된 공간 속에서 감각적인 영상미로 펼쳐지는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기묘한 극 전개는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2007년 공포의 무대를 병원으로 옮긴 '기담'은 경성의 안생병원을 둘러싼 '병원 괴담'과 미스터리한 사건을 그리며 일제강점기라는 암울한 시대적 배경의 특수성을 덧대 가장 아름다운 공포영화라는 관객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이후 한국 공포영화는 위상이 낮아졌다. 몇몇 공포영화들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거의 외면받았다.
'마녀'는 이런 쉽지 않은 공포영화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직장인들이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회사를 무대로 미스터리한 신입사원을 둘러싼 괴 소문의 정체를 파헤치는 영화다.
오랜 기간 장르영화 한 우물을 파온 유영선 감독은 "많은 공포영화들이 찍어보고 난 다음에, 편집과 후반작업에서 음향효과로 손을 보면 어떻게든 되지 않겠냐는 안일한 생각을 갖고 있다. 사실 공포영화만큼 밀당이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장르는 없다. 공포영화에도 엄연히 정서가 존재하고, 그것이 클리셰들과 맞물려 어울리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밝혀 영화를 향한 기대감을 높인다.
누구나 한번쯤 겪어 봤음직한 공감 가능한 캐릭터와 에피소드들로 관객들에게 기존 공포영화와는 차별화된 공포감을 선사할 전망이다. 9월11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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