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스크린에선 생소할 수 있는 소재 ‘바둑’에 액션을 더해 남성 관객은 물론 여성 관객들까지 자극했던 영화 ‘신의 한 수’(356만6824명). 개봉과 동시에 꾸준히 인기를 얻으며 2014년 개봉한 청소년관람불가 영화 중 그 존재감을 톡톡히 드러냈다.
배우 정우성과 이범수, 안성기, 김인권, 안길강, 최진혁, 이시영 등 멀티 캐스팅으로 시선을 모았고, 누구나 쉽게 몰입할 수 있는 이야기를 바둑으로 풀어내 신선했다. 그 중심에는 제작을 맡은 아지트필름 대표 황근하와 각본을 맡은 유성협 시나리오 작가가 있다.
유성협 작가는 2005년 ‘간 큰 가족’ 각색을 시작으로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각본, ‘1번가의 기적’ 각본, ‘해운대’ 각색, ‘수상한 고객들’ 단역이자 각본 등에 참여해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그동안 쌓아온 실력이 ‘신의 한 수’ 때 정점을 이룬 셈이다. 또한 제13회 춘사영화상에서 각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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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유성협 작가 |
‘신의 한 수’ 각본으로 2014년 그 어디에도 없는 바둑액션 작품을 만들어낸 유성협 작가. 하지만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청소년관람불가보단 인간미 넘치는, 잔잔한 감동을 주는 작품이 대다수다.
“시나리오에 대한 아이템은 엄청 많다. 부지런히 쓰기만 하면 되는데. 난 장르영화보단 성향자체가 정서 위주라 블랙 코미디, 서민극, 희망이 있고 유머가 있는 코드를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시나리오를 쓸 때 위트와 유머에 집중한다. 찌질한 보통의 남자 주인공이 변해가는 과정이나 성장기, 반성기 등을 즐겨 쓰곤 한다.”
“차기작을 준비 중이다. 시나리오 단계로 치면 80%정도 완성했다. 올해 안에 무조건 시나리오를 완성할 예정이다. 예전엔 한 작품 당 시간을 두고 완성해왔다. 그러나 요즘은 만족할 때 쓴다. 시간이 흐르고 필모그래피가 쌓일수록 초고의 중요성을 더욱 잘 느낀다. 정말 초고가 중요하다. 때문에 빨리 초고를 쓰고 보자가 아닌 거의 모든 노력을 초고 때부터 시작한다. 이는 최고의 만족도를 위해서다. 탈고를 일찍 해도 여러 번 검열하기에 오래 쓰는 편이다. 무엇보다 초고가 안 읽혔을 때의 고통도 알고 초고가 잘 나왔을 때 얼마나 좋은지도 알기에 이렇게 하는 것이다. 또한 난 시나리오 상에서 명확하게 그림을 찍는 편이다. 초고 때부터 이미 디테일하게 묘사를 시작한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부족하지만 말이다.”
이미 다양한 작품으로 색깔을 알린 바 있기에 또한 ‘신의 한 수’의 인기 덕분에 덩달아 차기작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 장르인 멜로가 가미된 휴먼 코미디와 완전 휴먼 드라마를 준비 중이라고 밝힌 것은 물론, 동반자 황근하 대표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더욱 기대치는 높아만 진다.
“황근하 대표와는 케미가 정말 잘 맞는다. (웃음) 첫 만남 때 나에게 ‘작가님. 힘드시죠?’라고 하더라. 처음 들었다. 단순한 의미였음에도 프로듀서가 묻는 건 처음이었다. 그래서 인지 이 말에 위안이 됐고 믿음이 생겼다. 무엇보다 영화 코드보단 황근하 대표와 호불호가 비슷한 것 같아 잘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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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포스터 |
“군 제대 후 1996년, 놀러 간 친구 집에서 우연히 시나리오 처음 접했다. 그 후 한번 써 보자라고 생각하고 느낌만 가지고 글을 적어내려 갔다. 정말이지 무작위로 도전한 것이며 습작은 6개월이나 걸렸다. 이는 엄청 오래 걸린 것인데 지인에게 물으니 ‘마침표를 찍은 게 대단한 것’이라고 하더라. (웃음) 2년 정도 습작만 해오다 시나리오는 일기나 소설, 수필이 아닌 영상으로 옮기지 않는 한 결과물이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해 시나리오의 영화화를 위해 공모전에 내기로 했다. 물론 그 전에 1년 정도는 영화사를 찾아가 직접 시나리오를 줬지만 결과가 안좋았다. 그래서 공모전에 도전한 것이다. 탈락의 고배를 마셨지만 1999년 연락이 왔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충무로에 손을 담그게 됐다. 2000년부터 신인작가로 활동하다가 2004~2005년 ‘간 큰 가족’과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을 통해 입봉했다. 실제적인 입봉작은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이다.”
“사실 예전엔 하루 만에 70장을 쓴 적도 있는데 이는 기록이다. (웃음) 체력도 받쳐줬지만 20시간 실시간 타이핑으로 창작하면서 썼다. 아직까지도 어떻게 그렇게 했나 싶더라. 또한 다들 ‘읽을 만 하다’라고 평가해줘서 더욱 놀란 적도 있다. 영감을 받기보다는 그냥 느낌이 오면 써보자 주의다. 배우, 캐스팅을 신경 쓰지 않고 오직 캐릭터에만 몰입해 시나리오를 써내려간다. 그래야만 캐릭터에 집중이 잘 된다.”
차기작에 대한 자신감과 “역작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강조한 유성협 작가 덕분에 ‘신의 한 수’를 능가할 만한 기발하면서도 신선한 작품 탄생이 기다려진다. 이를 통해 시나리오 제작에 대한 유성협 작가의 욕심도 느껴진다.
“누가 나에게 ‘영화라는 두 단어를 들으면 무슨 생각이 들어?’라고 질문한다면 난 ‘눈물’이라고 답하고 싶다. 과거의 내가 영화를 통해 공감하고 정서를 느끼고 위로를 받았듯이 나 역시 과거의 내 또래에게 당시 내가 느꼈을 정서, 위로를 줄 수 있을까 고민이다. 그래서인지 여전히 내가 영화인으로 일한다는 게 믿겨지지 않을 때도 있다. 꿈을 꾸는 것 같기도 하다. 남들이 나에게 ‘작가’라고 칭하지만 낯설다. 내가 영화를 통해 받았던 희망과 감정, 고마움을 절대 잊지 않으려고 한다.”
대중들은 다양한 작품으로 관객들에게 희망과 감정, 고마움을 전할 유성협 작가의 신작을 기대하고 응원하고 있으면 된다.
“영화인으로 산다는 건 좋다. (웃음) 개인적으로 자기관리를 잘하는 편 같은데 자기관리만 잘하면 생활적인 건 둘째 치고 여전히 영화로 꿈을 향해 가고 있기에 좋다. 또한 내가 내 시간을 관리한다는 것도 좋다. 물론 불규칙함과 불안함, 입봉이라는 싸움을 향한 잔인한 현실이 있지만 그럼에도 괜찮다. 그동안의
최준용 기자, 박정선 기자,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