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승철이 일본 입국 거부를 당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배우 송일국, 그룹 비스트와 씨엔블루의 사례가 다시 주목 받았다. 일본 측의 입국 거부 의중이 무엇인지 궁금한 가운데, 일각에서 ‘독도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주장이 나와 관심을 끈다.
이승철은 9일 오전 일본 현지 지인의 초대로 아시아나항공편을 이용해 일본 하네다 공항에 도착했지만 출국사무소에 4시간정도 억류됐다. 당시 출입국사무소 측은 자세한 설명없이 20여년 전 대마초 흡연 사실만을 언급하며 이승철의 입국을 막았다.
하지만 이승철은 대마초 사건 이후 일본을 15차례 입국하면서도 아무런 제재를 받은 적이 없다. 2000년대 초반에는 일본 현지에서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소속사 측은 “일본이 보복 및 표적성 입국 거부를 한 것”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이승철이 광복절을 하루 앞둔 지난 8월 14일 탈북청년합창단과 함께 독도를 방문해 ‘그날에’를 불렀기 때문이라는 것.
배우 송일국도 2012년 8월 ‘8·15 독도 횡단 프로젝트’를 성공한 직후 일본 외무성 부대신 야마구치 쓰요시로부터 “미안하지만 향후 일본 입국이 어려울 것”이란 말을 들었다. 일본의 국민 감정이 근거였다. 송일국이 주연을 맡았던 드라마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는 일본에서 방송 6일을 앞두고 취소되기도 했다.
이처럼 독도 관련 발언을 했던 배우나 가수의 활동을 사전에 막기 위한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승철의 경우처럼 입국 심사 때부터 문제 삼는 것은 정부 차원에서도 이 리스트를 공유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자연히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연예인은 일본 시장 진출이 불가능한 것과 다름없다.
2012년 방송된 KBS2 드라마 ‘각시탈’의 경우 항일 운동이 소재인 데다 욱일승천기를 찢는 장면이 포함돼 일본 진출에 제동이 걸렸다. 몇몇 한류 스타들은 조심스레 출연을 거절하기도 했다.
같은 해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MAMA)는 일본 나고야돔에서 개최키로 가계약까지 맺었다가 취소했다. 표면적 이유는 주변 시설 문제였지만 스폰서 확보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드라마 ‘시크릿가든’ 사진전과 공식상품 유통전, 한류스타를 활용한 광고캠페인, 가수 아이유 콘서트 중계 등 진행이 잠정 연기된 콘텐츠가 많다.
실제 2010~2012년 한일 양국의 독도를 둘러싼 대립은 극으로 치달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2012런던올림픽에서 축구선수 박종우가 펼친 ‘독도 세리머니’ 등으로 인한 것이었다.
최근 일본에서 한류 못지않게 ‘혐한’ 바람이 거세다. 하지만 정당한 이유 없이 활동을 막는 것은 부당하다. 만약 비밀리스트의 존재가 사실이라면 외교적 문제로까지 비화할 수 있다.
외교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