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V 피플] 서장훈, 예능인으로 활짝 피어나다

TV 속 다양한 연기와 입담으로 대중들을 웃고 울리는 이들에게도 그들만의 인생 드라마는 존재합니다. TV에 등장하는 다양한 이들의 인생과 희로애락을 재조명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려고 합니다. <편집자 주>

[MBN스타 금빛나 기자] “프로 연예인 분들한테 내가 방송인 예능인이라고 이야기하는 거 자체가 죄송해서 그럽니다. 죄송해서 일부러 말을 더 그렇게 하는 거고 앞으로는 그냥 아마추어 방송인 정도로 그렇게 정리하겠습니다.”(MBC 예능프로그램 ‘애니멀즈’ 제작팔표회 중)

2013년 은퇴를 선언하기 전까지 코트를 누비던 전 농구선수 서장훈이 이제는 몸이 아닌 재치를 사용하며 주 활동범위를 연예계로 옮겼다. “이제 방송인이 아니냐”는 질문에 “아니 그게 아니라”라고 손사래를 치지만 “방송만 할 뿐 연예인이 아니다”라는 그의 주장을 따르기에는 이미 고정 프로그램만 세 개, 최근에는 미스틱엔터와 매니지먼트 계약까지 마쳤다.

2015년 연예계에서 가장 전도유망하고 ‘핫’한 예능인을 꼽으라면 당연 서장훈 일 것이다. ‘최장신 예능늦깍이’ ‘예능공룡’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서장훈은 작년 MBC 예능프로그램 ‘사남일녀’를 시작으로 방송계를 활발하게 누볐다.

1990년대 최고의 농구스타로 한국 농구계에 한 획을 그은 서장훈은 2015년 연예계에 한 획을 긋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현재 강호동의 뒤를 이을만한 운동선수 출신 방송인으로 꼽히고 있는 서장훈은 그 위세를 증명하듯 MBC ‘세바퀴’와 ‘일밤-애니멀즈’(이하 애니멀즈) Mnet ‘야만 TV’의 MC로 연이어 발탁되며, 그를 향한 방송계의 신뢰를 몸소 증명하고 있다. 날렵한 몸놀림에 덩치와는 다른 깔끔하면서도 세심한 성격, 그리고 약간의 허당기와 주위의 성화에 얼떨결에 말을 이어가는 모습은 어딘지 모를 순박하면서도 친숙한 느낌까지 주고 있다.

서장훈이 방송인으로서 발돋움 할 수 있게 해준 프로그램은 당연 ‘사남일녀’이다. 예능미개인 서장훈, 김민종, 김재원, 이하늬와 야외예능에 취약한 김구라가 가상의 가족으로 묶여 시골집에서 4박5일간의 시간을 보내는 ‘사남일녀’는 그동안 보여주었던 선수 서장훈이 아닌 인간 서장훈의 솔직한 면모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갔다. 투덕거리면서도 덜렁대는 막내 이하늬를 보살펴주는 다정함과 빠릿빠릿하고 부지런한 움직임, 그리고 어른에 대한 공경까지 두루 갖춘 서장훈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호(好)를 얻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작은 시골집에서 생활을 하는 서장훈의 모습은 마치 거인이 작은 집에 웅크리고 있는 것과 같은 불쌍한 면모를 보여주며 ‘짠한’ 동정심을 유발하기도 했었다.

‘사남일녀’가 방송인으로서 활약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프로그램이었다면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서장훈이 예능이으로서 주목을 받게 해준 프로프램이다. 2013년 정준하와 정형돈이 입원하면서 이들의 ‘무한도전’에 급하게 투입되면서 얼떨결에 방송일을 시작한 서장훈이지만 코트에서 보여준 미처 보여주지 못한 입담으로 1년 만에 방송인으로서 자신의 입지를 확고하게 만들어 놓게 된다. 심지어 음주운전 파문으로 하차한 노홍철과 길의 빈자리를 채울 ‘무한도전’의 6번째 멤버로 언급될 정도로 그 활약은 심상치 않다.

2014년 11월8일 노홍철의 음주운전 파문은 ‘무한도전’에 만만치 않은 타격을 주었다. ‘무한도전’의 원년멤버가 하차하면서 프로그램이 ‘흔들’거린 것은 물론, 심지어 앞서 길 역시 같은 이유로 하차한 만큼 파장은 더욱 컸다. 이에 ‘무한도전’ 제작진은 멤버들의 마음가짐을 정돈하기 위해 ‘유혹의 거인’ 특집을 하기로 한다. ‘무한도전’ 녹화가 있는 하루 전인 수요일 밤에, 술을 마시는지 마시지 않는지 확인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서장훈은 ‘유혹의 거인’ 특집에서 멤버들에게 술을 권하는 유혹의 거인으로 등장하며 맹활약했다.

술자리를 거부하는 멤버들로 인한 미션실패로 무려 세 차례나 방송 촬영을 하게 된 서장훈은 이후 ‘진상의 늪’ 정준하와 환상의 콤비를 이루며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방송인이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지만 멤버들의 충고에 따라 밝은 색 옷을 협찬 받아 오고, 미리 준비해온 검은 테이프로 옷의 상표를 가리는 등의 모습은 영락없는 방송인이었기에 더욱 웃음 짓게 했다.

어디 그 뿐인가. ‘나 홀로 집에’ 특집에서는 숨어서 MC들을 공포에 몰아넣는 케빈 역할로 깜짝 등장하기도 했다. 게스트 치고는 잦은 출연과 자연스러운 어울림에 서장훈이 ‘무한도전’의 멤버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오지만, 정작 서장훈 본인은 “아니 그게 아니라”고 한다.

“10년간 ‘무한도전’을 끌어온 분들의 역량이 정말 뛰어납니다. 내가 낄 자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도우미 정도로만 생각해주세요.”(KBS 쿨FM ‘박명수의 라디오 쇼’ 중)

실제 선수시절 많은 관심을 받고 인터뷰를 하면서 생긴 버릇이다. 이유는 내 뜻과 다른 얘기가 나왔을 때 일단 정확하게 짚어 주기 위해서다. ‘아니 그게 아니고 이게 원래 이런 뜻입니다’라는 뜻으로 했던 말들이 이제는 습관으로 남은 것이다. 서장훈 특유의 말버릇은 자칫 까칠하거나 깐깐해 보일 수 있는 인상에 겸손함이라는 매력을 더하면서 웃음을 주고 있다.

최근 서장훈은 유치원 선생님으로까지 변신했다. ‘애니멀즈’의 코너 ‘유치원에 간 강아지’에서 아이들과 강아지들을 돌보는 일일 교사가 된 것이다. 지금까지 한 프로그램 중 가장 힘든 프로그램으로 ‘애니멀즈’를 꼽은 서장훈은 아이들을 돌본지 한 시간 만에 “프로그램을 처음 한다고 했을 때 조금 더 정확한 설명을 듣고 시작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고 후회하기도 했다. “뭐 이런 프로그램이 다 있냐”라고 한탄했던 서장훈이지만, 작은 아이들 속 고군분투하며 땀 흘리는 서장훈의 모습은 재미있고, 우는 와중에도 꼬박꼬답 담을 하는 ‘예스맨’ 윤석이와 의외의 케미를 보여주며 전과 다른 자상함까지 보여주고 있다.

이제 서장훈은 예능인으로서 막 발을 떼기 시작했다. 아직 본인 스스로 전문적으로 방송을 하는 방송인이 아닌 아마추어 방송인이라고 지칭한 만큼 서장훈이 예능에서 보여줄 매력은 아직도 무궁무진하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