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애니멀즈’(이하 ‘애니멀즈’)가 3개월도 채 채우지 못하고 막을 내리게 됐다. MBC 측은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며 폐지를 부인하지만, 현재 ‘애니멀즈’의 행보를 보자면 전작이었던 ‘아빠 어디가’가 그랬고, 지금까지 폐지됐던 프로그램들이 밟았던 절차를 고스란히 밟아 나가고 있는 만큼 위태로운 것은 사실이다.
‘애니멀즈’가 처음 시작됐을 때 사람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과거 MBC의 대표 예능프로그램이었던 ‘아빠 어디가’의 후속이라는 점만으로도 관심을 모았던 ‘애니멀즈’는 ‘무한도전’의 제영제 PD와 손창우 PD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의 김현철 PD의 조합으로 많은 관심을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프로그램이었다.
출연진 또한 화려했다. 현 예능대세로 떠오른 엠아이비(M.I.B) 강남과 서장훈, 지오디(god)의 멤버 박준형이 고정멤버로 합류했을 뿐 아니라, 많은 팬덤을 자랑하는 슈퍼주니어 은혁과 소녀시대 유리가 출연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잘 나가는 PD와 스타, 그리고 인기공식으로 알려진 동물과 아이까지 만난 ‘애니멀즈’의 앞길은 탄탄대로처럼 보였다.
하지만 동시간대 방송되는 KBS2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벽이 너무 높았던 탓일까. 야심차게 출발한 ‘애니멀즈’지만 1월25일 첫 방송 4.7%(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한 ‘애니멀즈’는 그 다음 주 4.3%로 떨어지더니, 급기야 8일 방송에서는 3.6%를 기록, 방송 3회 만에 3%대의 굴욕까지 경험한 것이다. 한 번 떨어진 시청률은 다시 오를 줄 몰랐으며, 결국 ‘애니멀’즈는 3~4%대 저조한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애니멀즈’에서 중국의 세쌍둥이 판다의 보모가 된다는 콘셉트의 코너 ‘곰 세 마리’는 판다에게 치명적인 ‘개홍역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발생하면서, 보호차원에서 3회 만에 종영을 확정하게 됐다.
저조한 시청률과 예상치 못한 불운은 ‘애니멀즈’의 발목을 잡게 됐다. ‘애니멀즈’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사이 MBC 봄 개편이 다가왔고, 더군다나 설특집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방송됐던 ‘복면가왕’과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좋은 반응을 얻으며 정규행을 확정지으면서 그 위치마저 흔들리고 있다.
그렇다면 ‘애니멀즈’는 과연 실패한 예능일까.
시청률은 비록 저조하지만 ‘애니멀즈’를 실패한 예능이라고 단정 짓고, 이대로 끝내기는 다소 아쉬운 프로그램이다. 시청률과 상관없이 동물예능과 육아예능이 가져다주는 소소한 재미와 감동이 존재했던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애니멀즈’의 코너 속 ‘유치원에 간 강아지’에 출연 중인 윤석이와 온유 등 유치원의 출연하는 아이들의 순수함은 어른들을 웃음 짓게 하기 충분했으며, 동물과 사람이 함께 공존하는 소소한 즐거움과 감동은 프로그램 색을 강화하는데 성공시킨 것이다.
특히 ‘애니멀즈’는 시청률 추이는 저조하지만 이제 겨우 자리를 잡기 시작한 상황이었다. 아이들과 동물들은 이제 막 카메라에 적응한 상황이고 호평 속 조금씩 입소문을 타던 중이었던 상황이었던 것이다. 시청률을 제외하고 유튜브나 네이버 TV캐스트에 올라오는 동영상의 조회수는 20만을 넘는 등 시청자들의 관심을 증명하기도 했다. 여기에 겨울에서 봄으로 계절이 바뀌는 만큼 활동영역 또한 넓어지면서 새로운 재미를 꾀하는 것도 가능하다.
‘애니멀즈’는 동물과 사람의 교감을 기획의도로 하는 프로그램이다. 사람과 동물간의 상호작용은 짧은 시간 내에 이루기 어려운 일이다. 이는 한 달이라는 시간동안 모든 것을 판단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유치원에 간 강아지’에 출연하는 윤석이 경우는 유치원에 적응하기 위해 3월부터 어린이집 등원을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갑작스럽게 이뤄진 ‘애니멀즈’의 폐지는 프로그램에나 시청자들에게나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유치원에 간 강아지’의 연출을 맡은 김현철 PD는 “아직 폐지여부에 대해 전해들은 것은 없다. 동물과 아이가 소통하는 모습을 그리기 위해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앞으로도 이 과정을 담기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