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늘 센 역만을 연기하거나 주로 가해자 역을 도맡았기에 과연 ‘피해자 역’이 어울릴까 싶었다. 그러나 사연 많은 피해자 역도 기막히게 표현하며 전작에서 미처 알지 못했던 사슴 같은 눈망울의 매력까지 덩달아 알린다. 이는 배우 김성균의 이야기다.
김성균은 영화 ‘살인의뢰’에서 아내(윤승아 분)를 잃은 승현 역을 맡아 처음으로 피해자로서 관객을 만나게 됐다. 강렬하다 못해 살벌한 눈빛으로 센 캐릭터를 연기했던 그가, 이번 작품에선 애절하다 못해 안쓰러운 눈빛과 슬픔을 머금은 듯한 표정으로 이보다 더 안타까울 수 없다.
↑ 사진=곽혜미 기자 |
“‘살인의뢰’는 생각할 게 많은 영화이다. 연쇄살인범이 절대 악으로 나오기 때문에 피해자들에게 가해자를 용서해라 혹은 용서해야 되나 등의 여지를 주지 않아, 이를 고민하게 만들지 않아 좋다. 사실 센 역을 연기할 때는 피폐하고 황폐한 정신세계를 위해 술을 많이 마셨다. (웃음) 피해자 역을 연기할 때 생각보다 심적으로 힘들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웃음)”
가해자든 피해자든 배역 소화를 위해 술의 힘(?)을 받았다는 김성균. 앞서 언급했듯 그가 연기한 승현은 3년 전과 후를 기준으로 너무도 다른 인물로 변화된다. 때문에 심리적인 변화는 물론이거니와 체중과 눈빛, 머리 스타일 등 외형적인 변화도 바로 관객의 눈에 포착된다.
체중 감량에 날렵한 눈빛 등 초반의 승현과 후반 승현의 차이는 매우 크다. 하지만 함께 연기한 박성웅과 김상경의 외형적인 변화가 ‘넘사벽’이라 오히려 김성균의 변화가 예상만큼 돋보이지 못하고 있다. 열심히 몸을 만든 그의 입장에선 서운할 만도 할 터.
“승현은 평범한 직장인 남자다. 마음 같아선 3년 후 더 강한 캐릭터로 보이고 싶었다. 이는 개인적인 욕심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승현은 전직특수부대 출신 요원도 아니고 이종격투기 선수도 아닌 매우 평범한 인물이더라. 그래서 많은 시간이 지났어도 크게 안 변했을 것 같더라. 단지 행동은 3년 전에 비해 대범해지고 용감해졌지만 사건들을 힘겹게 실행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동안 센 이미지가 강했기에 마음속으로 연기를 해야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다행히 승현은 감정적으로 가져가는 부분이 많아서 앞으로 연기함에 있어 좋은 공부가 될 것 같다. (웃음)”
↑ 사진=곽혜미 기자 |
비록 김상경과 박성웅보다 몸의 변화가 돋보이진 않지만, 김성균도 3년 전에 비해선 달라졌고 노력한 흔적이 충분히 보인다. 특히 아내를 잃은 후 병실에 앉아있는 그의 모습은 분명 뒷모습만 카메라에 담겼음에도 찡하다. 왠지 모르게 더욱 왜소해 보여 등판 연기를 선보이는 것도 같다. 이에 김성균은 “맞다. 등판 연기를 시도했다”고 너스레로 받아쳤다.
또한 김성균은 카체이싱으로 멋진 남자의 기본인 ‘후진’을 기가 막히게 소화해냈다. 후진인지 전진이지 구분이 안갈 정도로 똑바른 운전 실력은 그의 매력지수를 높이며, ‘살인의뢰’ 속 명장면 중 하나에 기록됐다.
“후진하는 장면은 감독님이 컷을 안 해서 계속 갔다. (웃음) 이 장면을 찍으면서 내가 생각보다 운전을 잘하는 구나를 느꼈다. 개인적으로 박성웅 선배와 김의성 선배의 목욕탕 액션이 기억에 남는다. 현장에서 봤음에도 극장에서 또 보니까 임팩트가 강하더라. 강천과 손명수(김의성 분) 캐릭터가 살아있더라. 캐릭터를 잃지 않고 참 잘 표현했다.”
↑ 사진=곽혜미 기자 |
“‘여름에 내리는 눈’ 촬영을 마친데 이어 ‘명탐정 홍길동’을 촬영하고 있다. 바쁘다. 올해만 많은 작품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살인의뢰’가 첫 시작이니까 내게 의미가 깊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