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MBC 월화드라마 ‘화정’의 상승세가 무섭다. 첫 방송만으로도 넘기 힘들다던 10%를 훌쩍 넘더니, 2회 만에 월화드라마 시청률 판도를 점령한 것이다.
15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4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화정’은 11.8%(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첫 회 방송분이 기록한 10.5%보다 무려 1.3%포인트 높은 수치며, 동시간대 1위인 성적이다. 동시간대 방송된 KBS2 ‘블러드’와 SBS ‘풍문으로 들었소’는 각각 4.4%와 11.7%에 머물렀다.
‘화정’은 17세기 혼돈의 조선시대, 선조가 다스리던 때부터 인조가 다스리던 조선까지, 무려 왕이 세 번 바뀔 동안 궁을 지켜왔던 정명공주를 중심으로 정치판의 여러 군상들을 통해 권력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질투를 조명하는 드라마다.
현재 ‘화정’에서 그리고 있는 군주는 광해군이다. 광해군은 역사적으로 시대를 앞서간 개혁군주이자, 왕권을 지키기 위해 혈육을 죽이고 수많았던 옥사를 진행했던 잔인한 왕으로 기록되고 있는 왕이기도 하다.
↑ 사진=화정 캡처 |
‘화정’의 2회는 정명공주(허정은 분)와 영창대군을 살리기 위해 광해군(차승원 분)에게 보위를 전위하는 인목왕후(신은정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앞서 영창대군과 정명공주의 안위를 보장하겠다는 광해군의 약속을 믿은 것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광해군은 영창대군과 인목대비를 사사한 중심인물이다. 이 같은 미래를 알 리 없는 인목대비는 광해군의 손을 잡았고, 그렇게 얕은 평화가 이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화정’은 방송 말미 친형인 임해군(최종훈 분)이 역모를 꾀했다는 사실을 알고 배신감에 몸을 떠는 광해군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멀지 않은 날 파란이 일어날 것임을 예고했다.
지루할 틈이 없도록 빠르게 전개됐던 스토리와, 광해군의 비정한 마음을 극명하게 드러내주는 연출, 그리고 이를 표현하는 배우들의 명연기는 긴장감을 높이는 동시에 극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동안 평일 정통 사극에 목말라 했었던 안방극장은 ‘화정’이 주는 재미에 열광했고, 이는 시청률로 이어지는 추세다.
무엇보다 ‘화정’의 관전포인트 중 하나는 광해군을 연기하는 차승원의 카리스마다. 앞서 차승원은 tvN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어촌편’에서 ‘차줌마’라는 캐릭터로 끊이지 않는 잔소리만큼 정 많고 수더분한 매력으로 시청자들에 뜨거운 사랑을 받았었다. 차승원은 뛰어난 요리실력과 함께 카리스마 대신 익숙함으로 대중 앞에 다가선 것이었다. 그랬던 차승원이 ‘화정’에서 광해군으로 분하면서 180도 돌변했다. 극 초반 살짝 아른거렸던 ‘차줌마’의 기억은 ‘화정’을 보는 순간 잊혀지고, 남은 것은 속을 드러내지 않는 담담한 눈빛 속에 감춰진 광해군의 야망과 냉혹함뿐이었다.
여기에 한음 이덕형을 연기하는 이성민의 강직함과, 지혜롭기 때문에 더욱 무서운 고요한 악녀 김개시를 연기하는 김여진의 서늘함, 간사하면서도 잔혹함을 가지고 있는 이이첨의 정웅인 등 선 굵은 연기는 극의 재미를 높이며 향후 전개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올리기까지 했다.
이후 ‘화정’은 영창대군이 자라감에 따라 김개시와 이이첨, 그리고 광해군의 은밀한 움직임을 그릴 계획이다. 이는 곧 정명공주가 궁 밖으로 나가면서 벌어지는 본격적인 스토리를 다룬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 같은 성장세라면 ‘화정’은 ‘가요무대’의 벽을 노려볼 만하다. 중장년층의 꾸준한 사랑을 받은 ‘가요무대’는 꾸준히 평균 15%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월요일 최강자의 자리를 지켜왔던 프로그램이었다. 물론 ‘가요무대’의 아성에 도전하는 드라마는 있었지만, 그를 완벽하게 뛰어넘었던 작품은 ‘기황후’ 외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이래저래 ‘대박’드라마의 면모를 가지고 있는 ‘화정’은 월화드라마 시청률 판도 뿐 아니라, 월요일의 조용한 강자인 KBS1 ‘가요무대’를 누르고 웃을 수 있을까. 앞으로 펼쳐질 시청률 싸움이 조금 더 흥미로워지게 됐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