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tvN ‘초인시대’가 비하인드 스토리를 끝으로 종영했다.
지난 29일 오후 방송된 ‘초인시대’ 8회에서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초인시대’의 제작진과 배우들이 “왜 ‘초인시대’가 시청률 급감과 제작비 부족으로 조기종영을 할 수 밖에 없었나”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유병재는 첫 장면부터 강도 높은 자기 비판 시간을 가졌다. 그는 여러모로 부족했던 ‘초인시대’에 “주연배우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하지만 저 혼자만의 잘못은 아니다. 극본이 잘못”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극본은 메인작가인 자신이 썼다는 것이 자막으로 나오자 유병재는 다시금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몇 번이나 그는 “저 혼자만의 잘못은 아닙니다”라고 말하며 책임을 나누려 했지만 ‘메인작가’ ‘막내작가’ ‘할 일은 하나도 없는데 돈만 받아간 사람’ 등이 모두 유병재였기 때문에 결국 유병재는 “제 잘못입니다”라는 말을 반복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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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초인시대 방송 캡처 |
이어 그는 주연 배우들을 모아놓고 ‘시청률 급감 대 반성회’를 열었다. 이이경, 김창환, 송지은, 배누리는 ‘시청률 최저 톱3’ ‘제작비 최고 톱3’ ‘옥에 티 톱3’ 등을 함께 보며 왜 이 장면이 안 좋은 결과들을 가져왔는지 비판을 시작했다. 배우들은 그간 유병재에 쌓아놓은 말이 많은 듯 “유병재는 늘 다가가기 힘들다. 자신의 신이 끝나면 홀연히 사라진다” “이 장면은 제가 찍으면서도 이해가 안 됐다”는 등 앞다퉈 말들을 쏟아냈다. 이에 유병재는 “저도 성격이 있으니 말 조심 해달라”고 말하며 우울한 표정을 지어 웃음을 자아냈다.
‘초인시대’는 당초 8회로 예정했으나 제작비 초과와 시청률 급감으로 인해 본편을 7편으로 마무리하고 8회를 비하인드 스토리로 꾸몄다. 유병재가 말한 대로 사실상 ‘조기종영’인 셈. 첫 회는 20대의 아픔들을 웃음에 잘 버무려내 ‘코미디판 미생’이 될 것이라는 기대마저 자아냈다. 하지만 이는 오래가지 못했다. 드라마 중반부터는 개연성이 부족한 스토리 라인으로 흡인력이 떨어져 이는 시청률 감소로 이어졌다.
청춘들의 아픔과 고민을 전면으로 담아낸 점, ‘세상에 쓸모없는 사람은 없다’는 드라마의 메시지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를 ‘병맛 코드’로 담아내려던 ‘초인시대’의 시도는 끝내 실패였다. 1회에서 ‘병맛 코드’와 청춘들의 고민들을 결합해 세련된 터치를 선보였던 것을 방영 내내 이끌고 가기에는 아직 ‘초인시대’ 제작진의 내공이 부족한 듯 보였다. ‘병맛 코드’와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지 못하고 따로 놀자 드라마에 인위적인 맛이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유병재와 김민경 PD의 조합은 신선했다. 김민경 PD는 ‘SNL코리아’를 맡았던 PD이며, 유병재도 ‘SNL코리아’에서 작가로 데뷔를 했다. ‘초인시대’도 역시 풍자와 패러디를 근간으로 하는 ‘SNL코리아’의 색깔이 묻어났다. 하지만 조금 더 ‘비틀기’가 강화되고, 유병재의 ‘SNL코리아’ 속 ‘극한직업’에서 보였던 ‘웃픈 감성’을 극대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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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CJ E&M |
시청자들은 이런 두 사람의 조합에 “이번 ‘초인시대’는 내공이 부족했지만 한 번은 다시 보고 싶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병재와 김민경 PD는 드라마에 처음으로 도전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긴 호흡을 끌고 가는 것이 벅차보였다. 하지만 드라마의 번뜩이는 재치와 날카로운 풍자는 충분히 눈여겨볼 만 했다. 유병재 스스로가 인정한 것처럼 개연성이 부족하고 드라마의 전개도 매끄럽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가능성은 있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유병재는 드라마의 개연성이 부족한 이유에 대해 “저는 개연성보다는 웃음이 더욱 중요한 순간이라면, 앞뒤의 이어지는 포인트를 생략하고 웃음에 집중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저의 생각이 개연성 부족을 만든 것 같다. 또한 배우, 제작진들과의 소통으로 이를 개선할 수 있었는데 소통이 부족했다. 제 자신이 많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초인시대’ 실패의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이번 8화는 유병재의 ‘반성문’과도 같은 셈이다.
이런 ‘조기종영’과 ‘시청률 급감’을 웃음 소재로 사용한 ‘쿨함’ 또한 신선했지만 무엇보다 스스로 부족한 점을 깨닫고 이를 개선하겠다고 시청자에 선언하는 유병재의 패기도 인상 깊었다. ‘초인시대’의 끝은 초라했지만, 유병재는 ‘초인시대’를 통해 ‘셀프디스’가 아닌 ‘자기비판’으로 웃길 줄 아는 ‘쿨함’, 사회의 문제를 코미디로 품어내는 센스는 인정받았다. 좀 더 내공이 쌓여 단단해진 유병재가 기다려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