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말고 다른 어떤 일도 내 인생과 머릿 속에는 없었다. 하지만 영화제가 힘든 상황이고, 그것뿐 아니라 부산국제영화제의 중요성, 영화제를 통해 새로운 작가가 발견되고 좋은 영화가 많이 나오는 데 보탬이 된다면 배우로서 보람이 될 것 같았다. 영화배우 강수연으로서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판단에서 참여하게 됐다."
연기자라는 타이틀은 잠시 내려놓고 올해부터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공동으로 이끌게 된 배우 강수연(49)이 6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영화제가 힘든 상황"이라고 몇 차례 강조한 강수연 위원장은 "영화제를 제대로 된 완성도로 마치는 게 그간의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이라 생각한다"며 "영화로 인정받고, 좋은 영화인 발굴하는 게 해결방안이지, 다른 해결방안은 없다. 지금까지도 굉장히 훌륭한 영화제로 만들어왔지만 이번에 특별한 계획이 많이 있다. 최선을 다해 치르겠다"고 다짐했다. 올해부터 강수연과 함께 공동으로 영화제를 이끌어가는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20주년이니 작은 특별전을 많이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동 집행위원체제이기에 혼선을 우려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강 위원장은 "분담 별로 책임 하에 운영을 잘하고 있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앞으로 1년 정도는 모든 것을 같이 의논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며 "업무 혼선이 현재로써는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전임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과 함께 영화제를 잘 이끌어온 경험도 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이빙벨'을 상영하지 말라는 외압을 받았고,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사퇴 압박 등의 제재를 받았다. 올해 영진위가 발표한 2015년 글로벌 국제영화제 육성지원 사업 심사 결과, 부산국제영화제가 지난해 14억5000만원에서 6억5000만원 삭감된 8억원을 지원받게 되면서 갈등은 이어졌다. 이 집행위원장은 이와 관련한 공청회에서 '사퇴하겠다'는 의사까지 비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강 위원장은 "부산영화제는 1회 때부터 굉장히 다양한 문제들을 겪어왔다"며 "하지만 영화제는 어떤 편향도 있으면 안 된다. 그러면 영화제를 운영할 수 없다. 누가 영화를 보겠는가? 한 번도 개의치 않고 영화를 상영해왔다"고 소리높였다. 이어 "더 심한 외압도 받고 극단적인 감독을 모셔온 예도 있다. 앞으로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예술적인 완성도 외에 어떠한 것도 부산영화제가 영화를 선정하는데 개입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공청회 당시 자포자기 마음이 없잖아 있었다"며 "다시 부산시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강수연 위원장을 이야기 했고, 수락받았다. 그 의미는 '과거는 다 털자'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강 위원장님이 어려운 결단을 내려서 이 자리에 있게 됐는데 같이 힘을 합하면 어떤 어려움도 다 이겨내지 않을까 한다"고 짚었다.
예산 축소와 관련해서는 아직 어떠한 결론이 나오진 않았다. 이 위원장은 사퇴와 관련해서는 답변을 유보했다.
한편 강수연 공동집행위원장은 아역배우로 시작해 유수의 세계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쓸면서 비교적 어린 나이에 월드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씨받이'(86)로 44회 베니스국제영화제의 여우주연상, '아제아제 바라아제'(89)로 16회 모스크바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였으며 모스크바영화제, 도쿄영화제, 몬트리올영화제, 시드니영화제 등 세계 주요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을 역임하며 일찍부터 국제적인 네트워크와 명성을 쌓아왔다.
특히 지난 1998년부터 부산국제영화제의 집행위원으로서
앞서 부산영화제 조직위원회는 지난달 6일 임시총회를 열고 강수연 공동집행위원장 위촉을 승인했다. 올해 부산영화제 진행과 관련해서는 오는 25일 공식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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